원자력자료정보실(CNIC) 기자회견:
“상황이 언제든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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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본의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이 3월 13일 일본외신기자클럽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을 녹취 번역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상 최고인 진도 9.0의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의 공격을 받았다.
현재 냉각 장치는 매우 불안정한 전력(발전차)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냉각 상태도 충분하지 않다. 냉각 상태 불안정으로 인한 격납용기의 폭발을 막기 위해 환기구를 개방(vent out)한 것이다.
통상 격납용기는, 아마도 설계 수치의 2배까지는 견딜 것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2~5배 정도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플랜트[격납용기] 별로 ― 1호기, 2호기 등 ― 각각 다르게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2~5배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사실 격납용기 [내 압력은] 설계치를 넘어섰다. 냉각 기능도 완전하지 않다. 따라서 이후 일어날 수 있는 격납용기의 폭발이 걱정이다.
격납용기 폭발 우려 때문에 격납용기의 환기구를 개방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격납용기의 본래의 목적, 즉 방사능 방출을 막는다는 목적과 모순된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해수를 주입하고 있다. 원래 플랜트 내부는 순수한 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 물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수를 주입하기로 한 것이다. 해수를 넣는다는 것은, 플랜트로서는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취한 조처다. 그러나 이것도 지속될지 확실하지 않다. 냉각이 계속 유지될지…. 여진도 계속되고 있는데….
따라서 이 격납용기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되면 이 격납용기는 십중팔구 파괴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내부 압력이나 온도가 매우 높다. 압력이나 온도가 저하되고 있지만, 만약 여진이 온다면 이 수치는 다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격납고 안을 해수로라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해수는 원자로 내부에 주입해 원자로를 냉각시키고 동시에 격납용기에도 주입한다. 현재 비상사태기 때문에 서프레션 풀뿐만 아니라 격납용기 꼭대기까지 전부 해수로 채우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는 현재 격납고 안까지 해수를 채우고 있다. 다른 플랜트들도 차례차례 이렇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매우 우려스러운 위기상황이다. 격납용기가 파괴된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추가하자면, 격납용기 외부를 싸고 있는 원자로 건물이 있는데 어제(12일) 이 건물 상부가 폭발해 날아갔다. 그러나 다행히 격납용기와 원자로는 그 폭발을 견뎌낸 것 같다.
원자로에서 걱정되는 것은 첫째, 냉각이 안 되는 것이고 둘째, 연료 용융으로 인한 수소 발생이다.
평상시 격납용기 안에는 질소가 주입돼 있다. 그래서 격납용기 안에서 수소 가스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엔 격납용기를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 질소 가스가 외부로 ― 꽤나 많이 ―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격납용기 내부에는 질소가 있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환기구 개방으로 이미 이 질소가 외부로 누출됐을 것이므로 안전하지 않다.
노심이 녹으면 연료가 녹아 흘러내린다. 그 상태에서 냉각수를 넣으면 물과 용해물이 접촉해 수증기 폭발을 할 위험이 있다. 수증기 폭발은, 예를 들어, 화산 마그마가 바다에 닿으면서 폭발하는, 물리적 폭발이다. 아마도 체르노빌에서도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수증기 폭발은 매우 무서운 현상이다.
이와 동시에 아까 말한 수소 폭발이 일어날지 말지…. 만약 이렇게 된다면 현재의 대피 거리(10~20킬로미터)가 안전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체르노빌의 경우 굉장히 먼 거리까지 방사능이 퍼졌다.
질문: 제1원전이 체르노빌처럼 될 가능성이 있나?
답: 그리될지는 모르지만 격납용기 대수가 많다. 다른 격납용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질문: 두 대의 디젤 발전기가 가동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인한 손상 때문인가, 자체 결함 때문인가? 가동 전에 테스트를 하지 않나.
답: 물론 디젤은 테스트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오일 탱크 등 다른 시설이 손상됐다. 구체적 원인은 모르지만 많은 시설과 장치가 손상됐을 것이다. 또 하나, ‘비상용’ 장치는 얼마나 많이 갖춰 놓고 있더라도 평상시 가동 중인 것에 비해 신뢰성이 낮다. 물론 비상용 시설도 테스트는 하지만 이미 가동되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질문: 상황이 진정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관측되는 방사능은 격납용기에서 유출된 것인가? 환기(Vent out)는 매우 위험한 결단이다. 정부의 대처가 어떻다고 생각하나? 일본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에서 좀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대처한다고 보나?
답: 수소 폭발, 수소 가스가 어디서 발생됐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모른다. 단, 가능성으로, 격납용기 외부 어딘가가 지진으로 타격을 받아 수소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즉, 격납용기 어디선가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터빈 쪽에도 냉각용 수소가 있는데, 수소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금 같은 상태가 됐다는 것은 설계 설정 수치를 벗어난 것이다. 계속 말했듯이, 격납용기는 방사능을 잡아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설계 조건을 넘어섰다. 그래서 환기를 한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사고'다. 그래서 위원회도 이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 1994년 정도에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 대응 설계를 시작했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안전하다’라는 발표는 이미 위험 수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심각한 사고(Severe Accident) : 국제원자력기구가 정한 핵발전 사고 등급 중 6단계. 1~7단계로 나뉘어 있고 숫자가 클수록 큰 사고를 뜻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유일한 7등급 사고였고 드리마일 섬 사고는 5등급이었다.]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지면 기존의 압력 저하를 위한 장치로는 처리하지 못한다. 긴급할 경우에는, 일정 정도 이상의 압력이 되면 환기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노심이 크게 손상된 상태에서 환기를 하면 방사능 노출이 우려돼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노심의 손상이 계속되면 방사능 수치가 계속 늘기 때문에 환기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즉, 노심이 확실히 냉각되지 않으면 환기를 할 수 없고, 그러면 격납용기는 본래의 기능을 못하게 된다. 때문에 노심이 녹아내리지 않도록 냉각시키는데, 노심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뒤에 냉각하는 것은 수증기 폭발로 이어진다.
지금 노심이 용융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용융이 시작되면 냉각해야 하지만, 용융된 후 냉각하면 수증기 폭발의 위험이 있다.
이게 원자력발전의 가장 어렵고 위험한 문제다.
또 다른 위험한 선택이 환기다. 방사능량이 적을 때는 환기도 가능하지만 방사능이 찼을 경우에는 어쩔 거냐. 방사능이 차고 압력이 높아져서 환기를 할 경우에는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된다. 그렇다고 방사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환기를 안하면 내부의 방사능 압력이 계속 높아져 격납용기가 폭발하게 된다.
그러니 이것도 극단적인 선택인 것이다.
사태 진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냉각 기능에 따를 텐데, 냉각에 얼마나 걸릴지는 조건에 따라 다르다. 드리마일 섬 사고의 경우, 꽤나 시간이 걸려도 내부 노심을 냉각시킬 수 없었다.
또한 플랜트가, 그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상태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질문: 디젤 발전기가 만약 잘 돼 있었다면? 해수 주입으로 격납용기는 못 쓰게 됐다고 하는데 그럼 이 원전은 그냥 커다란 쓰레기 아닌가?
답: 정부 쪽 얘기로도 해수를 주입하면 플랜트를 못 쓴다고 한다.
사고 복구 과정이란, 하나가 고장 나면 대타를 쓴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안정된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디젤이 유효하면서 다른 시스템들도 유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진과 쓰나미 이후에 유지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질문: 2, 3호기도 1호기와 마찬가지 상태인가? 후쿠시마 원전은 노후했는데 그렇다면 새로운 발전소는 괜찮은가?
답: 2, 3호기도 안정된 상태는 아니다. 3호기의 경우 냉각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한때 일시적으로 노심이 노출됐다고 하니 걱정이다. 노후한 플랜트가 더 취약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플랜트가 반드시 더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질문: 노심 연료가 녹고 있을 때 물을 넣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현재 해수를 주입하는 것도 이후 폭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가?
답: 수소가 발생했다는 어느 정도 [노심이] 녹았다는 얘기다. 수증기 폭발은 노심이 녹은 뒤, 즉 용액이 녹아 물에 떨어지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물이 가득 차 있는 경우라면 수증기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 말은 플랜트 내부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예측컨데 용액이 녹았을 것 같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질문: 일곱 대 모두 노심이 녹았을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만약 미리 해수를 주입했다면 괜찮았을지?
답: 해수 주입이라는 판단을 누가 할지, 이건 어려운 문제지만, 리스크가 크다면 이 방법을 택할 것이다. 즉 충분히 냉각됐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질문: 해수 주입으로 원자로가 폐기된다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만 있나?
답: 이후 경과가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더욱 위험한 상황이 있으니 현재로선 해수를 주입하는 게 최선인 듯.
질문: 3호기 MOX연료 관련.
답: 제1원전 3호기는 MOX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MOX연료는 플루토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인데, 3호기 노심이 녹아내렸다면 심각하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진 않은 듯하다.
질문: 간 나오토가 어제(12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그가 와서 환기 작업 등을 제때 하지 못해 조건을 악화시킨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정말 그런가? 또 이후 또 다른 폭발이 있을 경우, 원전 주위에는 모니터링 포스트가 설치돼 있지만, 도쿄나 다른 지역엔 설치돼 있는지, 충분한지, 모니터링 포스트로 우리는 충분히 상황을 알 수 있는지?
답: 간 나오토의 현장 방문과 1호기 폭발 간의 인과 관계는 모르겠다.
질문: 사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은 가능한 모든 사람이 관동지방에서 벗어나라고 공지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어째야 하나? 우리에겐 얼마나 시간이 남은 건가?
답: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우려된다면 관동지역에서 대피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 상황이 어렵게라도 잘 제어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선택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런 판단을 개개인이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관이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고, 만약 이렇게 해서 악화된다면 데이터를 포함한 정보를 명확히해야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녹취·번역 최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