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법인화:
높은 반대 정서를 투쟁으로 연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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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에서는 노동자와 학생 3백여 명이 비민주적인 법인화 추진에 항의하며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했다. 법인설립준비위원회에 참여하게 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총장이 거절하면서 농성은 12시간으로 길어졌다.
그러자 보수 언론들은 “총장 12시간 감금 서울대 노조 엄단하라”고 했고 서울대 학장단도 “모든 문제는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노동자·학생을 비난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인 대화” 없이 법인화를 밀어붙인 쪽은 정부와 대학 당국이다. 지난해 말 서울대 법인화 법은 단 1분 만에 날치기 처리됐고 70퍼센트가 넘는 노동자와 학생의 반대에도 서울대 당국은 법인화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대 당국은 노동자들이 법인설립준비위원회에 참가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조차 가로막고 있다. 이런 법인화 추진에 항의한 행동은 조금도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법인설립준비위원회 구성을 봐도 법인화의 실체가 드러난다. 전 신한국당 대표이자 〈중앙일보〉 고문인 이홍구, 전 검찰총장 송광수, 성균관대 이사장 서정돈, CJ그룹 회장 등 법인설립준비위원회는 온통 보수적이고 친기업적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런 자들이 주도하는 법인화는 노동자와 학생 들에게 큰 고통을 강요할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은 법인화가 되면 공무원 신분이 법인 직원으로 바뀌며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임금이 줄어들고 노동조건은 후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은 법인설립준비위원회에 참가해서라도 고용승계 등을 약속받고 싶어한다. 이미 법안이 통과된 마당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러나 법인화 자체가 대학들의 돈벌이 추구를 강화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법인화를 추진하는 기구에 포함된다고 해서 법인화의 본질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현재 법인설립준비위원회 참가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법인설립준비위원회 참가를 반대하며 “법인화법 폐기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입장이 옳다.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면서 투쟁하는 게 노동자·학생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길이다. 비록 법이 통과됐더라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노동자·학생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면 투쟁을 통해 법을 무력화시키거나 법안 자체를 폐기한 경우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서울대에서부터 법인화를 막아내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서울대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대는 법인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둔 상황이고 경북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도 법인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익성에 따른 대학 운영을 낳을 국립대 법인화는 노동자, 학생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과 연금 삭감, 고용불안과 정리해고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고,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과 비인기 학과 구조조정, 학내 민주주의 후퇴, 억압적 학사행정 강화 등을 겪게 될 것이다.
교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법인화를 하면 연봉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법인화는 대다수 교수들의 처우도 열악하게 만든다. 일본 사례를 보면 법인화 이후 교수 연구비가 감소했고 연금도 공격당했다. 신분도 불안정해졌다.
국립대 법인화는 사립대의 시장화도 더욱 부추겨서 대학 구조조정과 기업 입맞에 맞는 대학 재편 등이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여론은 매우 크다. 얼마 전 부산대 교직원 8백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7.1퍼센트가 법인화를 반대했다. 38개 국립대 구성원 3천7백2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4.3퍼센트가 법인화를 반대했다. 부산대에서는 4월 5일 학생 6백여 명이 모여서 법인화 반대 집회를 했다.
따라서 이런 반대 정서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인화 반대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법인화의 실체를 폭로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건설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이명박 정부의 법인화 추진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