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 노동자 투쟁:
최저임금을 넘는 임금 인상을 이루다
〈노동자 연대〉 구독
청소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으로 대학 당국을 무릎 꿇리며 법정 최저임금을 넘는 임금 인상을 따냈다. 이화여대·고려대·고려대병원에선 시급 4천6백 원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점거파업 중인 연세대에서도 이 정도 수준은 가능해 보인다.
임금 인상률은 이화여대·고려대가 각각 9.5퍼센트, 11.92퍼센트다. 고려대 노동자들은 두 자릿 수 인상률을 거머쥐었다. 애초 요구인 5천1백80원을 따내진 못했지만 말이다.
많은 대학 당국들이 한사코 법정 최저임금 만큼만 임금 인상을 허용해 온 것에 비춰보면, 이번 투쟁 결과는 분명 진일보다.
“그렇게 일하고 1백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나면 허탈하죠. 반찬값을 줄이고 줄여도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이 힘들어요.” 청소 노동자들은 ‘생활 임금 보장’이라는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섰다.
이들의 임금이 얼마나 오르느냐 하는 문제는 내년 법정 최저임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고리였다. 노동자들이 따낸 4천6백 원은 곧 있을 협상의 최저점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강력한 투쟁이다. 이화여대·고려대 노동자들이 강력한 점거파업을 벌이자, 학교 측은 사나흘 만에 뒤로 물러섰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이 말한 “서경지부의 특기”, 즉 점거가 효과적인 방식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번 투쟁의 또 다른 중요한 동력은 바로 학생들의 연대에서 나왔다.
대학 당국들은 ‘임금 올리려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 ‘파업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 본다’ 등의 논리로 노동자·학생을 이간질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무려 4만여 학생들이 파업을 지지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사랑
고무적이게도 고려대·이화여대에선 노동자 파업이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과 연결됐다. 특히 고려대 노동자·학생 투쟁은 환상적으로 결합됐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3월 31일에 학교가 들썩일 거예요. 학생들의 등록금 시위가 얼마나 기대되는지 몰라요. 우리도 그 자리에 꼭 갈 겁니다. 총장이 얼마나 똥줄 타겠어!”
노동자들은 3월 29일 점거파업을 시작했고 바로 이틀 뒤 학생들은 총회를 성사시키고 점거 농성을 결정했다. 이에 놀란 대학 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학생 총회가 성사된 바로 그날 사측은 시급 4천6백 원 인상안을 내놨다.
이처럼 힘이 최고조로 강력해졌을 때 추가 성과급 요구를 포기한 것은 아쉽지만, 노동자들은 민주적 토론을 통해 대체로 만족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옳게도 요구안 결정 과정에서 분임토론 등을 진행했다.
처음에 투쟁은 네 곳에서 공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연세대만 남았다.
지금 연세대 총장은 자신이 직접 나서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노동자·학생 들을 갈라놓으려 한다.
그러나 총학생회 등을 비롯한 학생들은 여전히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고, 대학 당국이 대학원생들에게 청소 일을 시키려 한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점거파업을 단단히 유지하고 학생들과 노동·사회단체 등으로 연대를 확대하면, 고소·고발 협박에 대한 사측의 사과와 파업 기간 중 임금 보장 등까지 따낼 수 있다.
대학 청소 노동자 투쟁은 올해 임금 인상 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언론들도 “청소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물론, 민주노총이나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가 일찍부터 세 대학의 공동 점거파업을 조직하며 대학 밖으로 연대를 확대했다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있다.
민주노총 등은 지금의 열기를 모아 연세대에서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최저임금·정규직 임금 인상 투쟁을 더 강력하게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