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노동자들이 두 자릿수 임금인상률을 쟁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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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부터 열흘째 본관 점거농성과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인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두며 투쟁을 마무리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시급 4천1백10원에서 올해 4천6백 원으로 인상됐고, 식대 1만 원이 인상됐다. 또,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외곽수당도 신설해 5만 원을 받기로 했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12.3퍼센트 인상됐다. 외곽 청소 노동자의 경우에는 17.6퍼센트가 인상됐다. ‘유령’ 취급을 당했던 고령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으로 경총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3.5퍼센트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단체 협상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정년이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연장됐고, 노조 전임자도 기존에 2명에서 1명이 더 늘었다. 또, 한 달에 4시간씩 유급으로 조합원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용역업체 현장 소장이 무소불위로 휘두르던 조합원 인사이동도 공식 문건을 통해 당사자와 노조에 알려야만 가능하도록 바꿨다.
무엇보다 그동안 탄압과 횡포를 일삼았던 용역업체를 굴복시켰다. 용역업체들은 투쟁 기간에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의 휴게실을 몰래 따고 들어가 고소고발·무노동무임금 등을 협박하는 경고문을 부착하고, 개별 조합원들에게 ‘불법 파업 인정’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공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텨 왔다.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던 용역업체들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5개 용역업체 대표들이 도장을 찍은 사과문을 노조에 보내 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기뻐했다.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그동안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리던 용역업체를 무릎 꿇린 것이다.
요구 조건 외에도 연세대 분회가 이번 파업을 통해 얻은 것은 새로운 활동가들을 많이 양성했다는 것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이재용 조직차장은 “한 달 동안 열심히 투쟁하시면서 이제는 지도부와 함께 분회를 이끌어 나가실 분들이 되셨습니다” 라며 20명이 넘는 해당 조합원들을 소개했다.
성과를 거둔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해서도 잘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면 현장 소장과 맞대면 할 텐데, 앞으로도 열심히 잘 싸우자”,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뭉쳐서 싸우자”며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동자들은 이번 투쟁을 든든하게 지지·연대한 학생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학생들은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언제나 막강한 지원군이었다. 이미 1만 3천 명이 넘는 연세대 학생들이 이 투쟁을 지지하는 서명에 동참한 바 있다.
특히 얼마 전 연세대 김한중 총장이 이메일을 보내 노조를 비난하고 노동자와 학생들을 이간질하려 하자, 그 즉시 연세대 총학생회, 다함께 연세대 모임, ‘연세대 비정규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여러 단체들이 반박문을 붙이고 학교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고 투쟁을 마무리하자, 이 투쟁에 적극 연대한 학생들도 뛸 듯이 기뻐하고 사기가 높아졌다.
고령의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와 무기한 전면파업이라는 강력한 투쟁을 통해 이룬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연세대 노동자들의 전진은 곧이어 본격화할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과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임금 인상 투쟁을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