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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핵운동의 과제

일부 생태주의자들은 재생가능에너지도 지금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려면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조처들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민간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건설하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곤 했던 일들을 피할 수 있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모든 인류가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앞서 내놓은 대책들을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가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민주당도 이런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짓고 있는 핵발전소들은 민주당 집권 때 승인된 것들이다.

설사 추진하려 한다고 해도 즉각 핵산업계와 거대 석유 기업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핵산업계뿐만 아니라 석유 기업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다. 이윤의 핵심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기업 안에 석유 기업이 5개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얼마나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핵무기 보유에 혈안이 된 우익들도 이런 전환에 저항할 것이다. 핵무기 보유는 이 나라의 거대 자본들이 세계 시장에서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주들과 정치인들은 핵발전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선거 정치를 뛰어넘는 강력한 운동이 필요하다. 단지 선거를 통해서 이 체제 안에서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핵 없는 세상’은 한낱 꿈에 머물 수밖에 없다.

8년 전 부안 주민들이 보여 준 저항과 투쟁의 정신을 오늘에 다시 되살려야 한다. 급진적 사회 변화의 전망을 다시 되살려서 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노동계급 운동과 연결시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열쇠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그 열쇠를 제자리에 꽂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