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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방사능 물질은 없다

4월 26일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까지 전세계 반핵 운동가들은 핵발전의 위험을 가장 비극적으로 입증한 이 날에 세계 곳곳에서 반핵 시위를 벌였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4백 배나 많은 방사능 물질을 쏟아냈다. 이 사고로 “최소한 50만 명이 죽었고 2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니콜라이 아멜랴네츠, 우크라이나 국립 방사선 방호 위원회 부위원장)

4월 18일 명동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러나 반핵운동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중의 두려움과 불만을 해결할 대중운동을 발전시킬 수 없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재앙을 겪고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공기와 바다, 지하수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은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사고 직후 ‘편서풍’ 타령을 하며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날아올 수 없다고 했지만 20일 만에 한반도 남부 지방에 방사능 비가 내렸다.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지만 바닷물의 방사능 수치는 단 한 번 발표됐을 뿐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수명연장’된 고리1호기도 고장나 사람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반도 전역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사실이 분명해지자 이제는 ‘워낙 적은 양이라 건강에 아무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유언비어나 비공식 정보보다는 정부의 발표와 대책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를 보내”라고 거들었다.

과연 적은 양의 방사선은 건강에 아무 영향이 없을까?

히로시마, 나가사키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연구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핵폭탄을 떨어뜨린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는 2006년에 “방사선량과 암 발생률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도 암 발생률이 그에 비례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방사선이 ‘어느 정도까지는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1mSv(밀리시버트)라는 기준은 안전 기준이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1년 동안 생활하면서 피할 수 없는 방사선량이라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그 정도 양으로도 1만 명당 1명에게 치명적 암을 발생시킵니다. 한국 인구를 놓고 볼 때 4천 명이 넘는 거구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체 암 환자의 상당수는 자연 방사선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추가로 방사선에 노출되면 그만큼 암 발생률이 늘어나는 겁니다.”

실제로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핵 재처리공장 인근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장이 가동되기 전 같은 연령대 아이들보다 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졌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거의 같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1957년 영국 북서부의 윈즈케일 핵발전소에서 난 사고 때문에 이 지역에서 다운증후군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여러 연구자들이 이 사고와 다운증후군 증가 사이에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방사선이 어느 정도까지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몸에 좋다거나 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여러가지 통계적 오류(너무 적은 대상자,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만 조사하기 등)를 안고 있다. 또 그것들 중 일부는 정부와 핵 로비스트들의 지원으로 이뤄진 연구들이었다.

백번 양보해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해도 왜 우리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대안이 없지 않냐고 묻는다. 그동안 정부가 핵발전을 멈추면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을 더 해야 하거나 전기요금을 많이 올려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석유 한 방울 안 나온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그러나 대안은 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대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