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에서 울려퍼진 핵발전소 폐쇄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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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고리 핵발전소 앞 월내 방파제에서 '고리 1호기 없는 시민평화행동'이 부산반핵시민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참가했다. 부산과 울산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5백여 명이 집결했다.
참가자들의 정서와 요구 수준은 애초에 주최측이 정한 슬로건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주최측은 집회 공식 요구를 “고리 1호기”에 한정시켰지만, 연사들의 발언이나 참가자들이 준비해 온 팻말 중에는 핵발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많았다.
부산반핵시민대책위원회 구자상 대표는 그동안 핵발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무책임하게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를 안 탈 수 있는가?”라는 궤변으로 핵발전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며 규탄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이 고리 발전소가 해발 10미터 높이에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실제 조사결과 발전소가 해발 5.5미터 높이에 있다며, “국회에서도 거짓말을 하는데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겠느냐” 하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고리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 원전강국인 독일, 프랑스, 미국도 원전 건설을 백지화했다. 한국도 계획 중인 원전을 백지화해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또 “가동 중인 원전도 2030년까지 폐쇄해 대한민국의 원전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핵무기가 사용된 것은 단 두 차례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5등급 이상의 심각한 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며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리 1호기 원전 폐쇄를 계기로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없애는 흐름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했다.
윤종오 울산북구청장은 자신을 “핵발전소로 포위된 울산”의 북구청장으로 소개했다. 그는 신고리 핵발전소가 핵발전소 규모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1호기를 반드시 막아내고 마지막 12호기까지 건설되지 않도록 막아내자”고 주장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이 특별히 발언했다. 그는 얼마 전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해 방사능 유출 상황을 조사하고 왔다. 그는 30킬로미터 이내에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았고, 해당 구역에는 피폭한계치의 60배, 자연방사능의 1백20배인 3~6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 수치가 검출됐고, 원전 1km 주변에는 그보다 훨씬 높은 방사능 수치가 검출됐다고 알렸다.
그는 “핵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라며 “원전을 계속하는 것은 범죄다. 우리는 범죄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채 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고 느꼈다며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지적을 했다.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주)] 노동자들이 원전 폐기를 외쳐야 한다.” “이것은 직장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한수원이 신 재생 에너지를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 뒤 월성주민대책위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월내 방파제를 둘러싸고 “고리1호기, 인자 고마가라!(이제 그만 가라!)”며 구호를 외치고 인근 월내리 마을까지 힘차게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