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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에서는 지도 문제가 중요하지 않나

지난 호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 평가와 전망’ 기사에서 최미진 기자가 “운동의 요구를 확대”하고 “아래로부터 투쟁이 변화의 동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한 점에 공감한다.

그런데 그 기사에서 자발성과 지도의 관계에 대해 서술한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008년에는 지도의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면, 이번에는 아래로부터 투쟁이 활성화되도록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올해 촛불시위에서는 지도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위 문장 자체가 모순된 진술이다. 아래로부터 투쟁이 활성화되도록 “이끄는” 행위가 바로 “지도” 아닌가?

최 기자의 진술은 자발성과 지도를 대립된 것으로 파악하는 설명 방식이다. 그러나 순전히 자발성에 기초한 것처럼 보이는 운동에서도 그 내부에는 의식적으로 그 운동을 서로 상이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복수의 지도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편, 최 기자는 높은 자발성을 대중의 높은 사기와 관련된 용어로 사용하는 듯하다. “2008년에는 우파 집권으로 개혁주의 지도부의 사기가 떨어졌지만, 대중의 자발성은 충만했다”는 구절이 그렇다.

그러나 2008년 촛불항쟁이 발생하기 전에 대중의 사기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초반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대중이 느끼는 위기감의 강도에 비해 개혁주의 정치세력들이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 자신이 절박한 심정에서 폭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운동 초기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이 운동의 등장에 당황했고, 그 때문에 초기 행동은 이들의 통제 밖에서 나타났다. ‘높은 자발성’이라는 표현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통제 밖에서 운동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것을 지칭한다.

반면 2008년 촛불항쟁 후반부터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다시금 운동에 대해 통제력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그 후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자본가 야당과 동맹하는 민중전선 정책을 펴며 대중의 투지를 자제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말기적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자신감 상승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행동할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한 ‘수동적 급진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올해 촛불시위가 2008년에 비해 폭발성이 적은 것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민중전선 전략이라는 부적절한 정치적 지도력과 관계 있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최 기자가 제시한 것처럼 “아래로부터 투쟁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투쟁을 자제시키곤 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민중전선 전략을 비판하고, 많은 활동가들이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을 중심에 놓는 전략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지도의 문제와 대립적으로 “아래로부터 투쟁 활성화”만 강조할 경우, 자칫 운동의 전망이나 과제를 둘러싼 토론과 논쟁을 부차화하고 오로지 행동 참가만 강조하는 운동주의(연성 자율주의)의 약점에 대한 효과적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답변

최미진

정병호 씨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한다. 내가 쓴 짧고 다소 허술한 문장에 잘못된 해석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었는데, 정병호 씨가 고맙게도 이를 세심히 짚어 줬다.

그런데 나 역시 지도와 자발성을 대립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2008년에도 지도의 요소가 투쟁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내 기사에서도 간략하지만 이 점을 다뤘다. 2008년 촛불항쟁에서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자발성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다가 점차 투쟁을 가라앉히려 애썼다고 서술한 부분 등이 그렇다.

반값 등록금 시위에서도 나는 자발성만 강조하진 않았다. 사실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민중전선 전략 비판”과 “대중 투쟁을 중심에 놓는 전략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것을 통해 잘못된 지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내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다. 물론, “2008년에는 지도의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등록금 시위와 대조함으로써 마치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읽히게끔 서술한 것은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2008년과 지금의 촛불시위 사이에는 상대적 차이도 있다. 2008년에는 자발성주의가 대유행해, 지도라는 요소가 왜 필요한지, 어떤 지도가 올바른 것인지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반면, 올해 촛불시위에서는 자발성주의가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지금은 개혁주의 지도부의 통제가 강하고 이들이 대중의 수동성을 부추기는 상황이므로, 대중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을 이끄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올해 초 주요 대학 등록금 투쟁에서 다함께 등 좌파 학생들이 했던 구실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개혁주의 지도부의 잘못된 지도를 비판하는 것과 대립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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