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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강령 후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후퇴하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로 강령을 후퇴시키면서 당원이나 국민의 “눈높이”를 핑계로 댔다.

그러나 강령이란 것이 현재 대중의 평균적인 의식 수준이 아니라 그 당이 지향하는 미래의 대안 사회 체제를 밝히는 것이라는 점만 떠올려 보더라도 이들의 변명이 군색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강령이 대중의 정서에 당장은 부합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전술과 정책을 제시해 대중을 끌어당기려 노력해야지 원칙을 후퇴시키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

6월 18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장에서 열린 강령 개정 반대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 ‘눈높이’를 핑계로 진보정당의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상당수 노동자들이 박근혜의 당선이나 한나라당의 집권 연장을 저지하려면 민주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진보정당이 더 온건해져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강령 후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민주노동당 당원조차 다가올 선거에서 진보정당이 지지율과 의석수를 늘리려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야권연대와 강령의 온건화로 선거에서 진보정당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조차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닐 텐데,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다면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모순은 계속된다. 순전히 선거 측면에서 보더라도, 내년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우세한 곳(예를 들어,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게다가 야권연대는 진보정당의 주장과 실천을 민주당 수준으로 낮추게 만들 것이다. 이미 지난 재보선 때 ‘야4당 정책연합’에서 진보정당들은 ‘FTA 폐기’가 아니라 ‘재검토’, ‘핵발전소 폐쇄’가 아니라 ‘재검증’으로 후퇴하며 민주당과 타협했다.

최근에는 전북버스 파업 탄압이나 FTA, 반값 등록금, KBS 수신료 문제에서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대중을 진보적 대안으로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야권연대와 강령의 온건화를 통해 집권에 가까이 다가갈지는 몰라도, 진보정당의 원칙과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집권을 통해 무엇을 하려 했는가라는 목표를 흐리게 되는 역설을 초래한다.

진보정당은 집권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 구별되는 진보적 대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물론 진보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 민주당·참여당 후보에 대한 비판적 투표의 가능성까지 닫아 둘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하고 강령까지 후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보정당이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지를 확대하려면 민주당과는 다른 진보적 대안을 분명히 주장하고 운동을 건설해 계급투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국회에 진출했던 2004년은 탄핵 반대 투쟁으로 사회적 급진화가 이뤄졌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