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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강령 후퇴:
차베스, 한국의 해방 정국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

이번 강령 후퇴를 주도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차베스와 한국 해방 정국의 사례 등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든다.

“차베스도 집권하기 전까지 사회주의 얘기 안 했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한 것이다”는 새세상연구소 최규엽 소장의 주장에는 ‘사회주의’가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선거주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또, 사회주의를 노동계급의 자기 의식적 행위가 아니라 몇몇 지도자들이 도입하는 것이라는 엘리트주의도 드러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볼리바르식 혁명’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전에는 숨겼다가 집권 후 사회주의로 나아가기로 한 차베스의 결정 때문이 아니었다. 차베스의 개혁에 반발하며 베네수엘라 우익들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분출한 빈민과 노동자 들의 자발적인 투쟁이 차베스를 구하며 ‘볼리바르식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사적 소유와 자본가 계급을 인정하자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차베스의 경험에서 오히려 위험성을 드러낸다.

예컨대, 베네수엘라에서 주요 산업과 언론은 여전히 자본가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차베스 정부는 식품 부족과 물가 상승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연계된 자본가들은 호시탐탐 반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차베스는 노동자·민중 운동을 발전시키기보다 대기업들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부패한 자본주의 국가 기구의 수장으로 발목이 잡혀서 혁명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방 정국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적 민주주의’ 가 해방 정국에서 좌파들이 추구했던 것이고 반제국주의 노선이었다며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 민주주의의 옛 형태인 좌우합작론과 민족통일전선론은 해방정국에서도 계급투쟁을 억제한, 실패한 노선이다.

당시 조선공산당과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은 노동자들에게 “양심적 민족자본가”와 협력해 생산에 힘쓰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들의 공장자주관리운동과 농민들의 토지 접수 시도를 제지했다.

이런 틈을 타 우익은 세력을 결집시켰고, 친일 반동 세력은 전열을 재정비했고, 미군정은 각종 노동자·민중 조직을 파괴할 수 있었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반제국주의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조선공산당은 해방 직후에 소련군만이 아니라 미군을 “해방자”로 환영했다.

미소공동위원회가 최종 결렬됐을 때, 공산당은 뒤늦게 투쟁에 나섰지만 이미 기회를 놓친 후였다.

다른 진보정당들도 없으니까 우리도 없애자?

장호종

최규엽 강령개정위원장은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강령에도 사회주의는 없다’며 강령 개정을 정당화했다.

물론 사회당이나 진보신당의 강령에도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없다.

그러나 사회당과 진보신당이 담지 못한 원칙을 민주노동당 강령이 담고 있다면 자랑스러워 해야 마땅하지, 후퇴의 근거로 삼을 일은 아니다.

다른 진보정당이 갖고 있지 않으니까 우리도 없애자는 것은 하향 평준화의 논리일 뿐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과 그 지도부는 하향 평준화의 뒤를 쫓는 구실이 아닌 선도적으로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