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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하라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 10여 명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몸을 묶고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정리해고 철회하라”고 절규하고 있다. 폭력 진압으로 끌려 나온 1백여 명도 채길용 노조 집행부의 ‘파업 철회’ 선언을 거부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회사도, 정부도, 노조 집행부도 우리를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

“회사도 정부도 노조 집행부도 우릴 버렸지만, 투쟁을 멈출 수 없다.” 6월 27일 85호 크레인에 올라 투지를 다지는 노동자들

이명박 정부는 ‘희망의 버스’ 이후 한진중공업 파업이 사회적 지지를 넓혀 나가자, 투쟁 확대의 싹을 잘라내려고 법원과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짓밟았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저변에 뿌리깊은 울분과 분노를 키웠다. 2차 희망버스 참가 문의가 쇄도하고, 금속노조 등도 연대 투쟁을 결의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노동자들의 반발을 뿌리치고 파업 철회를 선언한 채길용 집행부는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민주노조의 깃발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굴복했다는 이들의 변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채길용 집행부의 배신은 조합원들은 안중에도 없이 노조 깃발만 지키면 된다는 ‘조직 보존’ 논리가 얼마나 해악적인지를 보여 준다.

채길용 집행부는 꺼져가는 투쟁에 불을 밝혀 준 ‘희망의 버스’를 “부담을 남기는” 골치아픈 일로 여겼다. 반대로, 정부와 사측의 ‘강제 퇴거’, 경찰력 투입 압박은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힘으로 여겼다.

이들은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화해할 수 없는 양 세력 ― 자본·정부와 노동자들 ―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다. 그리고 양쪽 모두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결국 노동자들을 버리고 자본에 투항했다. 결정적일 때 소심함과 보수성을 드러낸 것이다.

방패막이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이미 2009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1천2백여 명이 해고를 당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했다. 비정규직을 방패막이 삼았지만, 결국 이것이 부메랑이 돼 정규직을 향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일곱 달 넘는 파업 기간에 “강력한 투쟁은 고립될 수 있다”며 이윤에 타격을 줄 점거파업 전술을 회피했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어차피 싸워도 해고는 불가피하다’고 좌절하며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 등의 지도부가 현대차 비정규직·KEC 등 점거파업 때마다 민주당의 중재에 기대며 연대 투쟁 건설을 회피한 것도 이런 회의감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가 “부산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며 선명한 노동계급의 이익을 내세우길 꺼린 것도 운동 내 계급연합 논리가 퍼진 것과 맞닿아 있다.

이런 상황에선, 노조 지도부의 한계와 정치적 약점을 비판하며 투쟁을 선동할 대안적 지도력이 필요했다.

활동가들은 더 일찌감치 조합원들의 불만을 결집해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며 점거파업이라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이것은 지금 온 힘을 다해 투쟁하는 활동가들이 돌아봐야 할 쓰디쓴 교훈이다.

다행히 노동자들은 지금 올바르게도 집행부의 굴복 강요를 거부하며 비대위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노동자들이 주장하듯, 채길용 집행부의 파업 철회 선언은 원천 무효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투쟁의 대의를 배신한 채길용 지회장과 간부들을 징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전국회의 지도부도 파업 철회 선언에 가담한 자신의 회원들을 공개 비판하고 징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그간 책임을 방기하다시피 한 연대 투쟁을 실질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각개 약진하는 방식으로 힘을 분산하지 말고, 단결해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희망의 버스’ 조직에도 적극 힘을 쏟아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살리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키자는 호소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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