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촛불은 왜 커지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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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촛불이 켜진 지 한 달 만에 한나라당이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률을 30퍼센트까지 낮추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반값 등록금’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와 협의도 안 됐고, 재원 대책도 없고, 사립대들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인 기만일 뿐이다.
민주당은 2012년에 등록금을 절반으로 인하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수회담에서 손학규는 이명박에게 아무런 약속도 받아 내지 못했다. 한대련의 지적처럼 “만나서 아침밥 먹은 일밖에 없다.” 이 투쟁을 대표해서 담판이라도 지을 것처럼 폼을 잡았지만 싱겁게 마무리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도 사학 재단, 국공립대 운영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금 운동의 압력과 2012년 선거를 의식해서 한 약속을 과연 지킬지 썩 미덥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권이 이런 생색내기 방안이라도 내놓도록 강제한 힘, 바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제2촛불’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반값 등록금 운동은 안타깝게도 6월 10일 이후 심화·발전하지 못하고 집회 주최측도 인정하듯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폐쇄적
그러나 이것은 필연이 아니었다. 운동이 더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한대련 지도부가 대중의 자발성을 고무하며 운동을 확대하기보다는 국회에 대한 압력 수단 정도로 운동을 스스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로만 폭을 좁히지 말고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제기되는 주요 요구와 투쟁들을 연결하고, 특히 노동자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게 필요했다. 이를 위해 공동 투쟁 기구도 필요했다.
그러나 한대련 지도부와 등록금넷 일부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통제 아래 운동을 폐쇄적으로 조직했다.
한대련과 등록금넷이 최근 집중해서 조직한 것은 ‘1천 인 원탁회의’였다. 원탁회의 결과는 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만이 아니라, “점진적인 무상교육”을 원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하지만 이것이 “직접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한대련의 평가는 과장된 감이 있다. 사실 이미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투쟁을 심화·발전시키기 위한 논의지, 요구 수준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한대련 지도부의 이런 활동 방향은 국회에서 다루기 적당한 정책 묶음을 제시해 주는 데 주력하는 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 등록금넷 안진걸 팀장이 등록금넷 내부 워크숍에서 국회 협상에서 등록금 인하가 정 안 되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를 물가인상률 정도로 맞추는 것도 의미 있다”며 양보안을 제시한 것도 이와 관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