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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이번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강령을 폐기하고 그것을 더 온건한 강령으로 대체하면서 ‘사회주의’가 하나의 이슈가 됐다. 그래서 영국 사회주의자 개리스 젠킨스가 진정한 사회주의를 설명한 글을 일부 다듬어서 다시 싣는다. 이 글은 〈맞불〉 36호 (2007. 3. 24)에 실린 글이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는 투쟁을 얘기하다 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사회주의가 무엇입니까?” 오랫동안 사회주의는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회 질서가 공정한 미래 사회를 뜻했다.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노동자 운동의 목표를 사회주의로 정의했다.

그리고 사회주의 사회는 노동자와 빈민 다수의 대중 행동을 통해 ‘아래로부터’만 건설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마르크스가 1852년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말했을 때, 그는 스탈린이 1920년대에 소련에서 반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후 자행한 독재를 뜻한 게 아니었다.

마르크스의 말은 노동자들이 옛 착취 계급을 몰아내려면 자신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계급 자신의 행동일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노동자가 변화를 가져올 수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상인 ‘위로부터의 사회주의’를 거부했다.

19세기 초에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탁월하게 비판했을 뿐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재편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무적인 비전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을 무기력한 희생자로 여겼다. 따라서 소수의 선각자들이 노동자들을 대신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주의는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에 적용하려고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주와 노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계급투쟁을 표현한 것이다. 노동계급 투쟁이 완전히 성공했을 때 사회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혁명 직후 무엇이 가능할지도 고민했다. 마르크스는 계급도 국가도 없고 인간의 개성을 완전하게 발전시키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협력적인 사회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를 탐구했다.

국가와 혁명

마르크스는 승리한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려받은 ‘노동의 성과’를 어떻게 처리할지에서 시작했다. 사회의 총 생산물은 사회의 통제를 받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민주적인 노동자 국가가 경제적 자원의 사용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런 사회주의 사회는 자본주의와 비교해 한 가지 큰 장점이 있다. 개인과 그들이 생산한 생산물 사이의 관계가 변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개인과 생산물의 관계는 간접적이다. 개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 그들은 시장의 무계획성에 종속되며, 인간의 필요보다 이윤이 먼저다.

개인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받으며, 생산물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회주의에서 개인과 생산물의 관계는 직접적일 것이다. 개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것을 집단적으로 통제할 것이다. 그들은 더는 임금을 위해 노동력을 팔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사회와 개인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회의 생산물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집단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자본가 계급을 쫓아내야 한다. 자본가 계급을 권좌에서 밀어내는 것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노동자 평의회(소비에트)가 나타난 것처럼 혁명 과정에서 노동 대중이 자본주의 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국가를 세워야 한다.

높은 단계

그러나 혁명은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사회 건설은 그렇지 않다. 첫 단계에서 더 높은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능력을 기르는 것은 훨씬 더 느린 과정이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옛 관계들이 지속될 것이며, 특히 사회 생산물에 대한 개인 지분 면에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거액 연봉”을 받지 못할 것이다. “거액 연봉”은 ‘노동’이 아니라 착취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소득’으로 생산수단, 즉 착취 수단을 살 수 없다.

자본주의가 약속했지만 지키기 못한 진정한 평등이 처음으로 구현될 것이다. 개인이 제공한 노동에 따라 사회 생산물이 개인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것이다.

이런 원리를 오늘날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첫째, 자본주의에서 생산되는 온갖 낭비(무기·광고·경영)가 아니라 광범한 다수 시민들의 이익을 증진할 것들(더 나은 주택·학교·보건)을 생산하는 데로 자원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너무 어리거나 늙거나 아파서 일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 부를 대거 재분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보육 시설, 가족 수당, 연금, 질병 수당 등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사회적·개인적 욕구에 맞춰 생산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도 인간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풍요 덕분에, 생활 필수품을 둘러싼 개인 간 경쟁도 사라질 것이다.

경쟁이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역겨운 일들도 사라질 것이다. 한 사람을 평생 동안 한 가지 일만 하도록 묶어 두는 분업과, 우리를 지리멸렬에 빠뜨리는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 사이의 분리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진정한 평등이 이뤄지면 노동자 국가도 소멸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회의 특징 중 강압이 사라지고, 어떤 형태의 국가도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청년 마르크스는 더 고차원의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모두에서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전반적 생산을 규제하게 되고, 바로 이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그대로 오늘은 이 일을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 사냥꾼도 어부도 목동도 비평가도 되지 않고도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며 저녁식사 후에는 비평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개인의 전인적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며, 사회는 자신의 기치에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라고 적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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