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레프트21〉 정선영 기자가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며칠전 ‘당게토론방’에 정태호 학생위원장이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정태호 학위장은 유시민을 진보정치캠프에 참가시키는 것이 유시민과 국참당을 “진보로 규정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옳은 것과 그른 것 … 을 분명하게 가려내는 좋은 토론의 기초”로 삼자고 했다. 유시민 초청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니까 나름대로 변명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 초청 토론회는 정태호 학위장의 말과 달리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있지 않다.
전국 학위 회의에서 일부 활동가들은 유시민을 굳이 부른다면 조승수 등과 패널 토론을 해 “한미동맹”, “한미FTA” 등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하자는 제기를 했다고 한다. 보다 분명하게 유시민과 진보와의 차이점을 드러내게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권파 경향의 활동가들은 ‘그러면 유시민이 오겠냐’며 유시민에게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기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학생 당원들은 1시간 가량이나 유시민의 강연을 듣고 짧은 질의응답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태호 학위장은 게시판 글에서 유시민을 불러 “기탄없이 토론”하자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유시민에게 변명하고 선전할 기회를 충분히 주려는 상으로 강연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학생 당원이 지적했듯이 처음에는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동의하면 같이 할 수 있다”로 하더니, 이제는 “진보대통합 참여의사”가 있으면 같이 할 수 있다로 말을 바꾼 것이고, “진보”라는 테두리 속에 유시민을 넣으려고 무리하게 표결까지 강행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사실상 국참당과 통합하려고 물불가리지 않고 ‘유시민 띄우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태호 학위장은 “힘있는 진보로 가기위한 더 넓은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얼마전 한미FTA 추진을 사과하면서도 한미FTA가 옳은 정책이었다는 생각은 굽히지 않았다. 설사 앞으로 입발린 사과를 더 한다 하더라도 국참당이 여전히 자본가들을 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 친자본가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당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국참당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사이비 개혁 정부에 실망해 진정한 진보를 찾던 사람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오히려 진보진영을 분열시키고 우리의 힘을 갉아먹을 것이다. 학생위원회 내에서도 유시민 초청 문제로 활동가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시민과 국참당을 지지하는 평범한 청년과 노동자들을 설득하려 해도 유시민의 이미지를 진보로 포장하며 사람들에게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진보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전국학위 지도부는 유시민을 진보로 포장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