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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잠정합의안 부결은 당연하다:
이제 노동자 조건 지키는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7월 23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대의원 88.6퍼센트가 전자투표에 참가해 그중 61.4퍼센트가 잠정합의안에 반대했다.

애초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에서 잠정합의안을 승인받으려 했으나 그것이 좌절되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중집위원들과 대의원들의 소집 철회 요구를 거슬러 강행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한 뒤 김명환 위원장 측은 왜곡과 과장을 동원해 잠정합의안에 대한 장밋빛 해설을 내놓고, 모든 친자본주의 언론을 등에 업고 반대파를 공격하고, 급기야 중집위원 다수와 대의원 과반의 잠정합의안 폐기 요구를 정파 조직의 횡포라고 왜곡하는 치졸한 수법까지 동원했다. 그럼에도 결국 잠정합의안 반대 기류를 돌리지 못했다.

많은 대의원들은 김명환 위원장이 독단으로 소집한 임시대의원대회의 부당성을 알면서도 잠정합의안 반대표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전자투표에 참여해 잠정합의안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대의원들은 이렇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사정 합의 최종안은 재난 시기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요구와 거리가 멀고, 반대로 자본에게는 특혜로 가득 차 있다.” 또,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독소조항”들이 많다고도 했고, 이미 현장에서는 공격이 강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잠정합의안은 취약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을 보호할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 측의 협조와 양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항복 문서였다. 노동조건 악화를 용인하겠다는 청신호로, 그로 말미암아 가장 고통받는 것은 취약 노동자들이기 십상이다.

잠정합의안 폐기, 다음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이런 배신적인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폐기시킨 것은 의미가 크다. 또한 잠정합의안 부결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의미가 있다.

만약 김명환 위원장이 잠정합의안을 승인받고 노사정 대화로 복귀했다면, 지지율 추락 중인 문재인 정부를 돕고, 노사 협조(즉, 노동자 양보)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투쟁보다 교섭이 중시되고 교섭 대표자의 권한이 일반 조합원에 비해 막강해지는 등 노동조합 관료주의도 강화됐을 것이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김명환 위원장-김경자 수석부위원장-백석근 사무총장(위-수-사)이 사퇴하고,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배수진을 치며 잠정합의안 부결 시 위-수-사 사퇴로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반대파 중집위원들로 구성될 비대위는 이제 잠정합의안을 거부한 다음 민주노총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놓고 조합원들을 이끌게 됐다. 요구되는 방향은 명확하다. 위기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사정 합의안 폐기는 마땅히 서야 할 출발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용자들의 공격과 정부의 배신 행진을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조합원들과 여타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킬 수도 없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부결된 이후에도 대화에 기대를 거는 기존 방침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이번 임시대의원대회의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비대위는 다른 선택으로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반대파 중집위원들과 대의원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국면은 최종안 실행 저지와 함께 코로나 위기에 따른 민주노총 요구 쟁취,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투쟁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100만 조합원과 함께 2500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반대파 중집위원들 자신이 강조했듯이, 이미 사용자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 인상 역대 최저, 노동법 개악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선 투쟁이 시작돼야 한다. 비대위가 투쟁을 연말 임원선거로 들어설 새 지도부의 임무로 돌린 채 선거관리기구로 역할을 국한해선 안 된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했던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은 현장 조합원들을 투쟁에 대비시키고 준비시켜야 한다. 특히, 비대위가 투쟁을 소명하도록 현장 조합원들의 능동성과 투쟁성을 고무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윤 논리에 굴복하지 않으며, 노동자들을 사기 저하시키고 분열시키는 주장에 맞서 계급을 단결시킬 수 있는 정치를 구현함으로써 투쟁의 전진을 도모해야 한다.

2020년 7월 24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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