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스크걸〉:
외모지상주의와 인간 소외를 신랄하게 보여 주다
〈노동자 연대〉 구독
8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인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 화제작이다.
드라마 〈마스크걸〉은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이 사회가 어떻게 한 여성과 그 주변인의 삶을 끔찍하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외모지상주의
드라마의 전반부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연예인을 꿈꾸던 어린이 김모미가 사회의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 외모로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못생긴’ 모미의 춤과 노래 실력은 현실의 벽 앞에 무력했다.
이후 20대 모미(이한별 분)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회사 생활을 시작하지만 회사에서도 외모로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모미는 퇴근 후 마스크를 끼고, 화려한 분장을 하고, 춤을 추며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는 이중 생활을 한다. 그러나 이중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성형 카페에 들어가 정보를 찾는 등 외모에 대한 집착을 멈출 수 없다. 이후 같은 회사 동료인 주오남(안재홍 분)이 모미의 정체를 알게 되며 이야기가 본격 전개되기 시작한다.
외모로 좌절을 겪고 그렇기에 외모에 대한 집착을 멈출 수 없는 20대 모미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모가 스펙이고 자신감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모미로 표상되는 여성들의 소외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모든 것을 사고파는 자본주의 체제는 여성의 몸까지 상품화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획일적 이미지를 퍼뜨려 다수 여성이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게 만든다. 2020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9명은 우리 인생에서 외모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여성 5명 중 1명은 외모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자기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은 많은 여성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
이런 외모 강박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게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체계적으로 부추겨지고 있다. 예컨대 모집과 채용 때 여성의 용모 기준을 내거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외모를 중시한다. 그래서 ‘얼굴도 스펙’이라며 ‘면접 프리패스상’을 위한 취업 성형이 부추겨지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화장을 해야 한다는 식의 온갖 압력이 존재한다. 대중매체에서도 끊임없이 외모 관리 비법이 소개되고, 기업과 성형외과 병원들은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불안을 자극해 잇속을 차린다.
‘성형 강국’ 한국의 현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성형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추정된다. 성형이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 된 것이다. 성형 카페나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금만 둘러봐도 심각한 성형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 어떤 성형 광고에서도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주오남은 주변 동료들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며 인터넷 방송에 집착적으로 빠져드는 인물이다. 회사와 사회 생활에서 온갖 무시와 차별을 겪는 모미와 주오남은 인터넷 방송에서만큼은 무시당하지 않고, 개성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그조차도 허울뿐인 소통이었음이 드러난다. 진정한 소통을 염원하지만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아 고통스러운 요즘 청년 세대의 모습을 힐끔 보여 준다.
소외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어느 하나 마음 놓고 애정하고 응원할 수 없다. 캐릭터들이 선과 악으로 납작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복잡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자본주의가 가하는 경쟁 압력과 그에 따라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 패배감, 두려움, 주변 동료에 대한 적대감 등 소외의 민낯이 드러난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뒤떨어질까 두려워하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거짓을 꾸며내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물론 이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우정이 싹튼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다. 어느 캐릭터 하나 단순하게 미화하지 않고, 소외로 고통받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린다.
마지막으로 성형을 한 모미의 인생 2막이 여러 상업 영화나 〈렛미인〉 같은 성형 프로그램의 스토리와 달리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이 사회의 미적 기준에 자신을 아무리 맞춰도 다른 사회적 조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삶이 극적으로 바뀌기 어려움을 보여 준다.
이 드라마는 성형을 미화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며 훈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사회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신랄하게 고발한다.
드라마에서는 폭행, 살인 등으로 현실이 과장되게 그려진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외모지상주의와 성차별적 체제는 후유증을 동반하는 성형, 식이장애, 정신적 고통 등 여성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어쩌면 현실이 더 가혹할 수 있다.
극에 몰입하도록 돕는 배우들의 열연도 볼 만하다.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