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매주 새롭게 참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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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전황이 한층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서른 번째 집회를 열었고, 약 300여 명이 참가했다.
최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라파흐 지상전 날짜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제의 주범이 이스라엘임을 분명히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이 이란의 침공 위험 운운하며 이스라엘을 위해 군함을 파견하는 등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인종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를 담아 “라파흐에 지상군 투입 말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첫 발언은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온 유대계 영국인 유학생 에이바 씨가 했다. 에이바 씨는 자신을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으로 소개했다.
“이스라엘은 식민 정착자 프로젝트로 수립된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입니다.
“서방이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것은 유대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중동에 서방의 또 다른 권력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이유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든 면에서 저항에 나설 명분이 있다는 것을 자신도 알기 때문입니다.”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이어서 에이바 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것은 종교가 아닌 인류애의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것입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독립할 것입니다.”
에이바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 힘이 있었고, 통역자는 중간 중간 터져나오는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가라앉기를 종종 기다려야 했다.
그 다음 발언자는 실천불교승가회 공동대표이자 ‘아시아의 친구들’의 공동대표인 일문 스님이었다.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민간인 학살은 전 세계 민주 시민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 생명·평화·공존·인권의 가치가 존중되는 국제연대 활동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일문 스님은 한국에 13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연대하며 서로 만나고 평화를 원하는 세계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문 스님은 ‘아시아의 친구들’에서 전쟁 피난민을 돕는 모금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한 이집트인 엘겐디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엘겐디 씨는 그간 행진에서 구호 선창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 앞장서 왔다.
그는 이스라엘이 승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은 병원과 민간인을 공격하는 비겁한 군대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전투원들과 싸우는 대신 병원과 민가를 폭격하고 민간인을 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그들과 직면하면 오로지 실패하고 패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겐디 씨는 끝까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자고 호소하며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외쳤다.
마지막 발언자는 팔레스타인계 대학생 진주 씨였다.
진주 씨는 라마단 기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억압을 이어갔지만 “그 무엇으로도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인들이 외롭지 않다는 증거”라고 감사를 표했다.
진주 씨는 자신이 다니는 서울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을 결성했다고 전했다.(수박은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제가 아는 한 이런 동아리는 한국에서 처음 생긴 것입니다. 많은 지지를 바라고 여러분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커다란 팔레스타인 깃발을 함께 든 팔레스타인인이 한 알제리인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며 바이든을 인종 학살자라고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열이 경복궁과 인사동을 지날 때에는 관광객들이 팻말을 받아들고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정치 시위에 참가했다는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참가자들의 다양한 국적에서 광범한 국제 연대를 느껴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그는 행진하는 동안에도 내내 여러 참가자들에게 출신지를 묻고 대화하며 감동을 나눴다고 한다.
모로코계 프랑스인 두 명은 전날 홍대입구역에서 집회를 알리는 홍보전을 우연히 접한 뒤, 애써 일정을 조정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들이 사는 프랑스에서는 정치인들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인종 학살이라고 지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행진을 마무리한 것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음 집회에도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다양한 부스도 운영됐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지하는 노무사들이 참가자들을 위한 무료 노동상담소를 운영했다. 임금 체불과 제조업 장시간 노동, 원어민 영어 강사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다.
길을 가다 집회 현장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한 행인은 참가자들에게 커피 100잔을 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말 나쁘다“고 말하며 주최 측에 현금 후원을 한 사람도 있었다.
기자에게 소감을 밝힌 참가자들은 모두들 집회가 “즐겁다”, “감동적이다”라고 전했다.
한 사람은 집회에 매주 새로운 참가자가 있고 이들이 대체로 젊고 활력이 넘쳐서 올 때마다 자신도 활력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은 가자지구에서 유례 없는 재앙을 초래하고 어느 때보다도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도 결코 무적이 아닌 것이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이번 집회에서처럼 활력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연대가 계속돼야 한다. 집회 주최측은 이스라엘이 라파흐를 침공하면 바로 행동에 나서고 토요일에 집중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다음 주에도 계속 모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