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기꾼 김남국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했다니!
—
이재명 정부의 평등 감수성 결핍
〈노동자 연대〉 구독
12월 2일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문진석이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김남국에게 민간 협회와 관련된 인사 청탁을 하고, 김남국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하고 화답하는 문자 대화가 포착됐다.
우익은 위선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조중동 등 우익 언론들은 입을 모아 정부·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부패와 비리를 숨 쉬듯 저질러 온 우익의 위선은 역겹기 그지없다. 당장 윤석열-김건희의 부패·비리 문제만 봐도 그렇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그러나 김남국·문진석이 인사 청탁을 하고 그에 응하려 한 것은 분명 문제다.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을 약속하고 개혁 정부를 자임하며 집권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부패는 개혁 염원 대중에 대한 배신이다.
배신
그런데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처음에 둘에 대해서 각각 ‘엄중 경고’를 하는 것에 그쳤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남국 전 비서관이 낸 사직서를 수리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자신을 포함해 김남국 비서관과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대한 감찰 결과, 그 청탁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탁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패한 관료는 의원면직이 아니라 징계돼야 마땅하다. 참여연대도 대통령실의 ‘엄중 경고’를 “안이한 인식이고 대응”이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경질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문진석 의원은 원내부대표직조차 사퇴하지 않고 있다.
진보당과 정의당은 각각 “두 당사자에 대한 징계”와 “발본색원”을 촉구했다.
김 전 비서관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그의 코인 투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코인 시장은 큰손들이 붐을 일으켜 일반인들을 시장으로 유인한 뒤에 그들에게 리스크를 넘기는 일이 횡행했다. 서민층 피해가 속출한 코인 시장에서 김 전 비서관이 최소 수십억 원을 투자해 수익을 얻어 온 것은 서민층의 실망, 특히 청년층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김남국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 임명했다. 올해 초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고의로 누락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김남국이 재산신고를 할 당시에는 가상자산이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곧 수십억 원 코인 투기가 갖는 정치적·도덕적 문제까지 지우는 것은 아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김남국은 윤석열 퇴진과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청년 정치인으로 지지를 받았다. 그런 정치인이 서민층을 등쳐먹은 코인 투기꾼이나 다를 바 없이 행동했으니, 진보파를 자임한 정치인으로서의 정치 윤리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461호, 세상은 국힘 대 민주당이 아니다—김남국 의원 비판은 윤석열을 이롭게 할 뿐인가?)
그런 김남국이 이번에는 대통령실 비서관 지위를 이용해 인사 청탁 부패를 저지르려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8일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 말이 없다.
코인 투기에 이어 인사 청탁까지
여권에서는 김남국-문진석 인사 청탁 부패를 애써 축소하거나 심지어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정치권에서 형, 형님, 누나,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당의 언어 풍토”라면서 “부적절한 처신에 책임진 김남국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김남국을 감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범죄는 아니”라며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 조사를 지시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강득구 의원은 “세상이 그[김남국]를 비난하지만 동지로서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남국과 문진석이 문자를 주고받은 그날 허은아 대통령실 비서관은 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저희끼리는 이대로 일하면 절대 망할 일이 없다, 잘될 거 같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허은아의 발언은 자기 최면 같은 것이지만, 지금 극우의 반발 속에서 여권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개혁은커녕 ‘내란 청산’ 약속조차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개혁 염원 대중은 대체로 이재명 정부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지만, 내란 청산 등 개혁이 지리멸렬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자기 식구의 비도덕성, 반진보성을 감싸는 것은 서민층과 청년층의 반감과 환멸을 사서 내란 청산 동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기업들과 유착
한편, 김남국-문진석 인사 청탁은 이재명 정부가 기업들과 꽤 유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둘 모두 원조 친명계 의원 모임인 소위 7인회 출신이라 더욱 의심스럽다. 청탁과 대가가 실질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국과 문진석이 ‘중앙대 동문’ 홍성범을 앉히려 한 자리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 관련 정부 정책 로비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이익단체다. 상공회의소나 경총처럼 정부와 기업들 간 소통 창구인 것이다.
홍성범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의 대변인이었고, 이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한국 지배계급의 차선책 정당이지만, 네 번 집권하는 동안 대기업들, 선출되지 않은 국가관료들, 군부 등 지배계급 내에서 나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다.
그래서 역대 민주당 정부들에서도 정부 관료, 여당 정치인, 기업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대가를 주고받고 서로 챙겨 주며, 회전문 인사가 일어나는 일이 흔했다. 즉 부패의 조건들이 형성돼 왔다.
김남국-문진석 인사 청탁 문제를 두둔하거나 가벼이 여기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반응은, 지난 사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인사 청탁 미수 수준의 잠재적 부패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풍토가 민주당 내에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