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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당대회 결과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이 글은 9월 8일 다함께 운영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다.

9월 4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합의문이 부결되면서 진보대통합은 또다시 위기에 부딪혔다. 이 사태에 대한 주된 책임은 진보대통합의 대의를 왜곡하며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온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에게 있다. 이 때문에 진보신당 내에서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당성과 힘을 얻는 데 계속 어려움에 부딪혔다.

안팎의 압력에 밀려 참여당 문제를 진보 양당 통합 이후로 미루는 합의문을 수용하고 나서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보는 집요하게 계속됐다. 이정희 대표 등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진보신당 당대회 직전까지도 언론을 통해 거듭 참여당과의 통합 의지를 밝혔다. 또,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참여당은 어떤 방법이 됐든 새통추에 포함될 수 있다. … 양당 합의가 전부는 아니다”고 했다.

이것은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합의안을 부결하라고 부채질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이런 목소리들을 자신들의 명분으로 삼았다. 얄궂게도, 서로 경원시하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진보신당 독자파가 암묵적 공조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우리는 절반이 넘는 진보신당 대의원들이 합의안을 지지했다는 것을 주목한다. 당대회 직후에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도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거침없이 진보정당 통합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의 단결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이런 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보신당에서도 진보대통합을 계속 추진하려는 세력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8·28 민주노동당 당대회장에서 당원들이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8월 27일까지 민주노동당 당원과 민주노총 조합원을 중심으로 무려 2천8백72명이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서명과 선언에 동참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위한 운동의 지지자들은 실망만 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온 운동이 여전히 의의가 있고 그 성과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 운동은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보대통합이 건설되길 바라는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성과 덕분에,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신당 당대회 부결 직후 곧바로 참여당과의 통합 결정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그 전에 다시 한 번 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위한 운동의 지지자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집요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

현재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9월 안에 당대회를 열어서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고 있다. ‘진보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어차피 실패했으니,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진보대통합을 성공시키자’는 것이다.

토론 속에서 기층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빠진 채, 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한 요식 절차로서 당원 총투표를 이용하려고도 하고 있다. 참여당도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결정할 전국당원대회를 소집하겠다’며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므로, 진보신당이 빠진 상태에서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를 ‘진보대통합’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일단 실패한 지금, 이런 시도는 진보 지지자들의 열정을 불어일으키기보다 오히려 반발을 낳을 수 있고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더구나 진보신당 ‘통합파’가 진보대통합을 향해 이탈해 오는 것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진보신당 독자파의 정당성과 명분을 높여줘 진보대통합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통합 진보정당의 등장을 염원하는 사람들은 진보신당 독자파 대의원들의 선택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양당 지도부의 합의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과 진보적 대중의 단결 열망도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7일 진보 양당의 합의는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위해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온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함께와 민주노동당 안팎의 좌파적 활동가들은 진보의 분열과 진보의 정체성 훼손을 낳을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헌신적인 운동을 건설했고, 그 덕분에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의 일방적 행보에 족쇄를 거는 합의문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는 이처럼,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위해 함께하자고 내민 사람들의 손까지 매몰차게 뿌리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참여당과 통합하고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길을 갈 수는 없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역설이게도 이들의 태도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래서 ‘진보교연’은 진보신당 독자파가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대중을 획득하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이 그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해 가기를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실제로 진보신당 독자파는 9월 4일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차단하는 문구를 삽입해서 합의문을 승인하자’는 수정안에도 반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파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해 온 것도 아니다. 전에 독자파의 주요 인물들은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는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은 물론 연립정부 구성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독자파 가운데는 민주당까지 포함한 대통합을 하자는 입장에서 합의문을 반대한 세력도 소수 있었는데, 이들은 이미 그 길을 가려고 당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진보신당 독자파의 태도는 일관된 좌파적 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신당 당대회의 결정을 빌미로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조직 노동계급의 지도부를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이 근시안적인 지도력에 이끌려 민주당·참여당 같은 드러내놓고 친자본주의적인 정당들과 연합·통합하려 애쓰는 바람에 정치 지형이 우경화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아닌 대안으로서 ‘반한나라 비민주’라는 어중간한 중도가 부각됐고, 진보측이 메워야 마땅할 공백을 명백한 진보 성향에 못 미치는 인사들이 메우고 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전교조, 공무원, 금속 등 노동자들의 선언이 적힌 대자보들
8·28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인식 중구위원장 당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을 포함해 통합 진보 정당 건설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수임기관에 위임해 달라’는 안건을 거둬들이고 수정안을 내야 했다.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위해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한 진영이 그것을 거스르려는 시도에 쐐기를 박으며 다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대통합을 향해 오겠다는 진보 세력들을 배려하고 기다려주면서 투쟁 속에서 진보의 단결을 추구해야 옳다. 이처럼 대중 투쟁에 대한 헌신을 전제로,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정책과 요구들을 분명히 하면서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며 다가오는 선거를 준비하는 게 옳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사람은 누구든 이런 시도를 막기 위한 투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11년 9월 8일

다함께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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