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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공부문 파업:
2백50만 명이 보수당 정권과의 전쟁에 나서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1926년 이래 영국에서 가장 커다란 파업이 벌어졌고 노동계급은 당당하게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2백50만여 명이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려던 정부에게 이번 파업은 그 무엇보다 큰 타격이었다.

삭감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던디에서 1만 명, 브리스톨에서 2만 명, 런던에서 5만 명 등 50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1월 30일 행진하고 있는 영국 파업 노동자들 ⓒ〈소셜리스트 워커〉
11월 30일 영국 파업이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공공부문 연금 삭감이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와 빈곤 같은 공동의 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Selina Chen/ 플리커
11월 30일 2백50만여 명이 참가한 영국 파업 ⓒ사진 출처 Dave Goodfield/ 플리커

피켓 라인은 견고했고, 참가자도 많았다. 사기도 매우 높았다. 무덤 파는 사람부터 발 치료사까지 우리의 필수 서비스를 지켜 온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나섰다.

사람들은 파업을 가능한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고 싶어 했다. 브리스톨 로얄 병원 노동자 50명은 자정에 곧바로 파업에 돌입해 버렸다.

런던의 호머튼 구급대는 캄캄한 새벽에 횃불을 피우고서 파업을 시작했다.

구급대 건물은 손수 만든 팻말과 펼침막으로 뒤덮였다. 노동자들은 이제 막 새 펼침막에 마지막 칠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구급대원인 캐스 제닝스는 이렇게 말했다. “첫 교대조가 자정에 일을 멈췄어요. 전 정말 그들이 그럴 줄 몰랐는데, 그 덕분에 이번 투쟁은 글자 그대로 24시간 파업이 됐지요.”

“오늘 먹을 다과를 준비한 사람이 음식을 엄청 많이 산 덕택에 언제까지고 파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사람들은 분노로 들끓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유쾌하게 즐기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 정신보건센터의 파업 노동자와 지지자들 50여 명이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역 청소년 연극반이 ‘1퍼센트의 흡혈귀들’ 공연을 했다. 그들은 “우리는 99퍼센트의 피를 빨려고 이 자리에 왔다” 하고 말하고는, 피켓 라인을 이리저리 돌며 노동 조합원들을 “물고” 다녔다.

런던 중심가의 교육연구소에서는 파업 노동자들이 볼링 게임장을 만들었는데, 볼링 핀에는 연금을 공격하고 있는 정부 장관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공포

공포에 사로잡힌 주류 언론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류 언론은 몇 주 동안이나 파업 가능성을 무시하고 실패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이제, 그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참가자 수가 적다며 파업을 폄훼하는 일에만 하루종일 매달렸다.

그러나 피켓 라인의 현실은 주류 언론의 보도와 전혀 달랐다. 맨체스터의 로얄 병원 한 곳에서만 17개 피켓 라인에 2백 명이 참가했다.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사람들이 혐오스런 보수당 정부에 맞서서 파업에 연대했다.

브래드 포드 대학 학생들이 파업 중인 강사들한테 차와 커피를 가지고 와 응원했다.

학생인 피어스와 밀란은 “여러분은 우리의 교육 투쟁을 도와 싸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여러분의 연금을 지키려는 싸움에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싸움은 바로 우리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런던 동부의 공중 보건의인 재키 애플비는 이렇게 말했다.

“세 지역의 보건의들이 파업 중인 학교 노동자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습니다.

“50명 정도인 우리는 도로를 점거하고 화이트채플로 행진했습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또 퀸 메리 대학교에서 온 파업 노동자들과 합류했습니다.

“우리는 왕립 런던 병원 앞에서 즉석 집회를 열고서 시를 관통해 오큐파이 런던 캠프가 있는 세인트 폴 성당으로 행진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런던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아침에 파업 노동자들은 허더스필드 시청사 바깥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파업 불참자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인사 담당자가 시청사의 문을 열고 그들을 들여 보내려 했지만 경보 장치를 해제하지 못해 실패했다.

노동조합의 투쟁 전통이 되살아나고 있다. 샐퍼드의 턴파이크 하우스 쓰레기 하치장에는 50여 명의 파업 노동자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쓰레기차는 한 대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우유 배달원

청소원인 유니슨의 직장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몇 주 동안이나 파업을 준비했고,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많은 우유 배달원도 동참케 했습니다.”

텔퍼드에서는 민간 업체에 근무하는 청소원 노동자들이 유니슨에 가입해 파업에 동참하고 파업 파괴 행위를 거부했다.

어느 곳에서나 노동자들이 파업에 대한 정부의 거짓말에 분노했다. PCS 노조원인 루애너 애버글리아노는 다우닝 가의 피켓 라인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국무조정실에 근무합니다. 프랜시스 모드가 우리 장관이죠. 어제 나는 그한테 리플릿을 건네주면서 우리의 연금이 바닥났다는 거짓말을 계속 퍼뜨리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GMB 노조원인 닉을 비롯해 요리사 몇몇이 하원에서 피켓팅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 25년 넘게 여기서 일해 왔습니다.”

“파업에 대한 호응이 무척 좋습니다. 80명의 요리사 가운데 겨우 15명만 오늘 출근했습니다. 하원 의원들은 오늘 밥을 못 먹을 겁니다.”

교사인 오웬은 정부의 철면피한 행태에 분노했다.

“장관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거짓말을 해대는 것이 매우 역겹습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그들과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일회용 파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투지도 보였다. 사람들은 11월 30일 이후에도 추가 파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 공무원 노동자인 앨리슨은 “이번 파업으로 캠페인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고 말했다.

“이미 하루치 임금을 잃었지만 더 많은 손해를 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실질적인 싸움을 벌이고 승리할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모두 감수할 수 있죠. 언덕을 절반만 올라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유니슨 노조원인 폴 오실레는 옥스포드 시청 계단에 이렇게 썼다. “하루로는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거듭거듭 실질적인 행동을 벌여야 한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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