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복지 논쟁:
부자 증세로 양질의 보편적 복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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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정부와 새누리당이 합의해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박근혜의 ‘맞춤형 복지국가’가 기업주·부자 맞춤형 복지국가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복지 확대를 위해 5년 동안 26조 5천억 원을 더 걷겠다고 했는데 이번 세제개편안을 보면 증세 규모는 그 4분의 1도 안 되는 5조 8천억 원(5년 누적) 정도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기업주·부자 들에게는 세금을 82조 원이나 깎아주고서는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는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은 꿈도 못꾼다. 증세 대상에서도 지난 5년 동안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둬 온 기업주·부자들에 부과하는 법인세·소득세는 손도 대지 않았다.
투기적 거래인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물린다지만 그 규모가 1천억 원에 불과한데다 ‘주식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나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쥐꼬리만 한 ‘증세’ 계획과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회원제 골프장의 소비세 인하 등 부자 감세를 또 끼워 넣었다.
박근혜는 이미 지난 7월 법인세를 올리거나 부자증세를 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내서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도 건강보험료를 일부 인하하는 대신 그만큼 간접세인 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는 결국 지금 수준의 복지조차 평범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슈퍼부자 증세안
한편 민주당은 연간 5조 원에 이르는 ‘슈퍼부자증세안’을 내놨는데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해 실제로 기업주·부자 들에게 증세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만 만회하려고 해도 매년 17조 원 안팎의 증세가 필요하다. 그 3분의 1도 안 되는 증세안을 내놓고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을 하겠다니 미덥지 않다.
게다가 법인세율을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노무현 정부 시절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올랑드도 슈퍼부자들에게 75퍼센트의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소득세 인상안은 ‘슈퍼부자’ 증세라기보다는 고소득 노동자들까지 과세 대상을 일부 확대하는 계획일 뿐이다.
이런 한계는 민주당이 자본가 계급 일부에게도 기반을 두고 있는 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들은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표를 의식해 복지 확대를 외치지만 그것이 자본가들의 투자 의욕과 경제 성장률을 저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이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도 민주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후순위로 하는 데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해야 한다” 하며 두 길 보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에 의존하거나 이들의 뒤꽁무니를 쫓는 식으로는 복지 확대를 이룰 수 없다. 노동자들이 보편적 복지 요구를 내걸고 독립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