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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총을 든 외국군대가 수단 민중을 돕는다는 신화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독자편지] 평화유지군과 침략군은 다릅니다”를 읽으시오.

독자편지를 쓴 분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미국 침략군과 크게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유엔군은 결코 평화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유엔이, 정확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군사행동도 평화유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엔은 1992년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병해서 ‘희망 회복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1만명 이상을 살상했습니다. 유엔군은 민간인 거주 지역과 병원을 폭격했고,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발포했습니다. 모두 소말리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유엔은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에 미국이 사주한 쿠데타를 국민들이 받아들이도록 군대를 보내 ‘질서를 회복’ 시키기도 했습니다. 2010년 대지진을 빌미로 유엔은 아이티에 다시 군대를 보냈고, 한국 정부도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유엔군은 개혁파 대통령 아리스티드의 복귀를 지지하는 시위대를 탄압했습니다(관련 유투브 영어 영상).

최종적인 이라크 침공은 미국이 했지만, 유엔은 이전 13년 동안 경제재제를 가하면서 이라크를 약화 시켜 왔습니다. 유엔 경제제재로 사망한 이라크인은 1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에 모여 있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 편에서 제국주의 질서를 강요하고 이에 저항하는 민중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유엔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도 결코 유엔이 평화를 원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제국주의 국가들 내에서 중동 패권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를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입니다.

석유

또 열강은 석유를 얻고자 수단에 끊임없이 개입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은 북부 정부가 남부 원유 지대를 차지하도록 지원했습니다. 그 덕분에 미국 석유 회사 쉐브론은 석유 사업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이슬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쉐브론은 철수했고, 미국은 수단을 테러리스트 국가 명단에 올리고 경제재제를 가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던 중국이 끼어들어서 수단 석유 사업의 3분의 2를 장악하자 미국은 다시 수단과 관계를 개선합니다. 이후 미국은 수단 하르툼 정부와 그 뒤에 있는 중국의 견제를 받지 않고 석유를 얻기 위해 남수단 독립을 지지했습니다.

이 과정들은 결코 평화적이지 않았습니다. 석유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수단 정부가 남부 유목민들을 몰아내도록 무기를 지원했고, 이슬람주의자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자 수단 유일의 제약공장을 폭격했습니다.

열강과 주변국은 무기를 제공하며 수단 내부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들었고, 그런 지원을 받아서 중화기로 무장한 세력이 수단 민중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다르푸르 사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외국 군대와 군사적 지원은 수단에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석유가 매장된 남수단에 유엔군이 주둔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수단 민중은 스스로의 힘으로 수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단 노동자와 민중은 1980년대 독재자 니메이리에 반대해서 파업과 시위를 벌여 그를 쫓아낸 바 있습니다.

지금도 수단 민중은 작년 아랍 혁명을 보며 자신감을 얻어 엄혹한 조건 속에서도 독재와 긴축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단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조건 없는 물자 지원과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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