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아프리카를 지옥으로 몰아가는 서방 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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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서방 열강의 아프리카 개입을 다룬다.
서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말리 개입과 알제리의 인질극은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이 전선이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사태를 이해하려면, 아프리카 전역이 서방 제국주의 열강한테 중요한 곳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핵심적으로 아프리카의 천연자원 개발 열풍, 특히 아프리카의 땅과 바다에 매장된 석유·천연가스가 점점 더 매력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질 사태가 벌어진 알제리 사막의 인아메나스 가스전은 오랫동안 서방이 개발에 참여했고 서유럽 천연가스 사용량의 2퍼센트를 공급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남아프리카의 빈국 모잠비크에서도 석탄과 천연가스 채굴권을 둘러싸고 다국적 기업들이 쟁투를 벌이고 있다.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에 개입해야 할 이해가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옛 아프리카 식민지들에 군사적 개입을 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영국이 르완다 투치 족 정권의 후원자가 됐다. 비록 최근에는 르완다 정부가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웃나라 콩고를 불안정하게 하려고 너무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가져 본 역사가 없는 미국도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아프리카사령부를 설치하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서방이 비호하는 부도덕한 정권이 르완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알제리 특수부대의 “터프함”을 찬탄하는 보도를 많이도 했는데, 이들은 20만 명이 사망한 1990년대의 야만적인 내전에서 그런 “터프함”을 연마한 부대다. 이 내전은 알제리 군부가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이 승리한 것에 불복하면서 촉발됐다.
서방 첩보기관
2003년에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자, 영국 비밀정보부(MI6) 같은 서방의 첩보기관들은 카다피가 이슬람주의에 맞선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카다피를 타도한 전쟁의 결과로 중무장한 이슬람주의 투사들이 리비아에서 마그레브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이 지역의 불안정이 심해졌다.
프랑스가 이슬람주의 민병대와 투아레그 유목민 반군 연합에 맞서 말리 북부에 개입한 것은 또 다른 불안정 요소다. 〈인디펜던트〉 중동 특파원 패트릭 콕번은 다음과 같이 썼다.
“알제리, 리비아,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모두에 가난한 소수민족인 투아레그 족이 살고 있다. 이 나라 정부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위협이 주요 관심사인 양 말하는데, 이러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정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역사를 살펴보면, 북아프리카 지역의 진정한 고민거리는 투아레그 족의 분리주의다. 투아레그 족이 가난하긴 하지만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희귀 자원이 매장된 지역에 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콕번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말리 정부가 마그레브 지역의 알카에다로 하여금 말리 북부에서 투아레그 족 분리주의자들의 대항마로 활동하도록 부추겨 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의 어설픈 개입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는 마그레브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난 4년 동안 5천5백억 원에서 6천3백억 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말리는 이 프로그램의 “모범적 파트너”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말리 북부에서 교전 중이던 4개의 정예부대 중 3개 부대의 투아레그 족 사령관들이 그들의 병력을 반군에 넘겼다. 아프리카사령부의 수장 카터 F 햄 장군은 이 사태에 당황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훈련시킨 군대가 선출된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하는 데 참여했다는 사실에 깊이 실망했다.”
사태가 이러하니, 알제리의 인질극과 말리에서 진행되는 프랑스의 군사 작전의 배후에는 훨씬 더 복잡한 정치·경제적 관계들이 존재한다. 현지 정부들은 권력을 유지하려 책략을 부리고, 서방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는 이 지역에서 위상을 강화하려 한다. 아프리카인 대부분이 가난하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둔다면, 더 많은 폭발적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