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부패와 인사 참사 / ‘경제민주화와 복지’ 먹튀 / 노동자 삶과 공공의료 위협 / 한반도 불안 부채질:
박근혜 두 달이 이명박 5년만큼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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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경제 위기 본격화를 앞두고 “한국판 대처”가 되라는 지배자들의 바람을 안고 집권했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수대연합을 이뤄 대선을 치렀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복지 열망 때문에 ‘복지’와 ‘경제민주화’로 자신을 위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 직후 기세가 오른 지배계급은 곧바로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 철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연초부터 한국 경제 위기 조짐이 커지고, 곧이어 안보 위기가 불거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복지 공약 먹튀는 취임도 하기 전에 박근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불러 왔고, 취임식 전후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무능·부패·극우 인사 임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지면서 장·차관급 내정자가 일곱 명이나 중도 사퇴했다.
새 정부가 집권 초 내각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자, 집권당도 흔들렸다. 보수 언론끼리도 불협화음을 냈다. ‘별장게이트’에서는 검·경 갈등도 드러났다.
이 와중에도 박근혜는 꾸준히 우파 본색으로 기울어 왔다.
국가정보원 등 억압기구에 육군 장성 출신과 공안검사 출신들을 임명하면서 좌파 단속을 예고했고,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경제 살리기’라며 가면을 벗기 시작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운운하던 박근혜는 지난 두 달 동안 ‘한미동맹 무한신뢰 프로세스’만 가동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 후 두 달이 지나서야 내각 구성을 마친 박근혜는 이제 공세를 본격화하려 할 듯하다. 재보선에서 본전치기를 한 집권당은 그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박근혜를 초유의 ‘임기 초 위기’로 몰아 넣은 요인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의 은폐 추문은 새로운 위험성을 보여 줬다.
이명박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가 박근혜 당선의 정당성 위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연장을 위한 이명박근혜 동맹 탓에 자칫 전임 정부 흔적 털기가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사이익
‘별장게이트’ 사건처럼 이 의혹들 수사 자체는 또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또 어떤 부패 추문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추문 덮기가 계속될수록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대외 환경도 여전히 모순을 낳고 있다. 중국과 껄끄러워지더라도 전통적 한미[일]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이번엔 일본 지배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박근혜가 더 군색한 처지로 내몰리지 않고, 4·24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본전’을 유지한 데에는 민주당의 무능이 크게 기여했다.
박근혜가 복지 먹튀로 위기를 겪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폭로하기는커녕 대선 때 내놓은 ‘진보적’ 강령과 정책을 죄다 삭제하며 박근혜와 우경화, 공약 먹튀의 보조를 맞추려 한다.
그래서 집권당의 위기로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흔한 패턴이 도리어 뒤집혀서 나타나고 있다. 4·24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후보를 낸 곳 모두 크게 패했다.
반면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가 부상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서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취하고 있는 안철수가 신자유주의 우파 정부에 맞서는 정치적 구심이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박근혜의 ‘창조 경제’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구호의 대명사가 돼 있다.
이런 점에서 진보진영의 분열과 위기 지속은 아쉽다.
박근혜와 기성 정치권의 위기를 이용해 진보 대안을 제시하며 노동운동을 강화해야 하는데, 기회를 잘 잡지 못 하고 있다.
우파는 ‘종북’ 마녀사냥 등을 이용해 진보진영의 분열과 반목을 계속 부추기려 한다.
우리는 박근혜의 반동 본색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 쌓이는 모순과 위기를 봐야 한다.
변혁 좌파들은 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며 노동운동의 사기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 공동투쟁과 성과를 쌓아가면서 돌파구를 마련해 다가올 더 큰 기회를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