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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 파업 집회:
하루 파업으로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하다

국정원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전개된 건설노동자 파업이 정부에게 의미있는 양보를 얻어냈다.

6월 27일 진행된 건설노조 파업에 조합원 1만5천여 명이 참여했다.

수십미터 고공에서 건설 현장의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덤프·굴삭기·레미콘 등을 운전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 2만 볼트가 넘는 고압 전기를 만지는 전기원 노동자들, 망치를 들던 토목 건축 노동자들이 모두 일손을 놓았다.

정부에 체불임금과 작업 안전 대책을 촉구하며 행진하는 건설 노동자들 ⓒ이미진

플랜트건설노조는 지부별 임단협이 진행 중이라 함께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고 일부 조합원들이 집회에 참여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임단협이 결렬되면 7월 초에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2015년 세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아시안게임, 세종특별자치시 건설현장 등 주요 국책사업현장을 포함해 LH사업단 현장, 도로공사현장 등 전국 1천2백 개 건축 현장이 멈춰 섰다.

전국에서 모인 건설노동자들은 독립문에서 서울광장까지 위력적인 도심 행진을 하고, 서울광장에서 ‘2013년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건설 노동자들의 힘찬 모습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최근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건설노동자들은 의미있는 승리와 성과를 내며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대구에서 온 목수 노동자는 “7~8년 전에는 대구에 조합원이 2백 명 밖에 안됐지만 이젠 2천 명에 달한다. 오늘도 대구에서 많이 왔다” 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광장을 가득 채운 파업 집회 규모는 지난해보다 컸다. 건설노동자들은 큰 규모를 보며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꼈다.

빚 잔치

건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법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현장 ‘4대 악’이라 불리는 체불과 산재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건설노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파업에 참여한 한 건설기계 노동자는 “임금 떼이는 문제가 심각하다. 고소를 해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민사 재판으로 넘겨버리거나 벌금만 물리니까 임금 떼먹는 놈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2013 건설 노동자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 ⓒ이미진

임금 체불이 발생한 곳 중에는 LH공사, 육·해·공군,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곳이 70퍼센트가 넘는다. 사실상 정부가 임금 체불을 주도한 것이다. 22조 원이 투입된 “비리와 비자금의 모태”인 4대강 사업도 “건설 자본가들에게는 돈 잔치,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빚 잔치”였다.

전북의 건설기계 조합원은 “4대강 사업으로 우리는 손해만 봤다. 강에서 퍼낸 모래 실어 나르는데 기계가 필요하다고 할부로 기계 사서 갔더니 할부금 갚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4대강 사업 끝나니까 수요가 줄어서 기계 값까지 팍 떨어졌다. 건설업자들만 배불렀지 노동자들은 남은 게 없다” 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1년에 건설 노동자 7백여 명이 산재로 죽는다. 4대 보험은 커녕 쥐꼬리만한 퇴직금마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범죄 집단인 국정원 비호하기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교섭에 응하지도 않았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며 집단적 힘을 보여 주자, 정치 위기에 시달리는 정부는 서둘러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을 막기 위해 국토부 산하 4개 공기업에 공사대금 지급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건설 기능인에 대한 양성화와 지원 법제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건설 현장 사고 발생 때 원청사의 책임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개선을 약속했다. 퇴직공제금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공제금을 인상하고, 퇴직공제 대상도 실태를 파악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건설 현장을 멈추고 집회에 참가한 굴삭기 노동자들 ⓒ이미진

물론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모를 일이다. 법제화 약속은 정권의 의지 부족과 자본가들의 반발 때문에 지연되거나 제·개정 과정에서 내용이 대폭 후퇴할 수 있다.

특히 극심한 건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건설 자본가들은 좀처럼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건설노조 이용대 위원장의 호소처럼 “간악한 정권과 자본은 언제라도 약속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과 현장에서 앞으로 계속 투쟁”을 하는 게 필요하다.

대구경북건설지부가 모범을 보여줬듯이,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을 추구하면서 조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더 힘있는 투쟁을 준비해 나가자.

파업 집회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들이 가득 채운 서울광장의 모습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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