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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차별과 고용 불안에 고통받는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이 우선인가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호봉제 도입,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11월 14~15일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이하 전회련학비본부) 파업에 이어 11월 29일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여성노조를 중심으로 부산, 울산, 전북 등지에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파와 지배자 들은 “급식 차질” 운운하며 비난하고 나섰다. 충북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해고하라”고 기자회견을 여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윤 논리와 차별로 학교를 망가뜨려 온 정부와 사용자들이야말로 비난받아야 한다. 학교에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면 비정규직 된다”며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멸시하고 경쟁과 입시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저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충북의 한 학교 학생들은 파업 노동자들이 학교 앞을 행진하자 손을 흔들고 박수 치며 응원을 보냈다.

“싸울 때만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다” 호봉제 도입과 고용 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학교비정규직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11월 9일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대회. ⓒ사진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지난해 11월의 파업은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많은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 박근혜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학교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제 말을 바꾸며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정부는 1년 이상 근무한 학교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임금·수당·상여금 등 모든 조건이 정규직에 훨씬 못 미치는데다 고용 불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려고 노동자들을 미리 해고하는 것을 막을 방안도 없다. 이미 곳곳에서 총액인건비제를 핑계 삼아 해고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등 4만여 명은 아예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시간제 계약으로 전환하라고 돌봄 교사 등 전일제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처우 개선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봉제를 요구해 왔다.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같은 임금을 주는 현행 임금 체계야말로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임금 차별을 구조화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호봉제에 따라 경력과 함께 임금이 올라가는데, 비정규직만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반면 정부는 내년에 장기근속가산금을 고작 1만 원 인상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급식비,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등에서 차별적인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식비는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 된다.

호봉제 도입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학교비정규직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전회련학비본부 경기지부의 노동자들이 이틀 동안 파업하자 경기도교육청은 미적대던 재량휴업일 유급 보장, 공무원과 동일한 근무시간 적용 등을 약속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 저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다.

미적대던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학비노조 부산지부 서희자 부지부장은 이렇게 투지를 다졌다. “우리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늘 돈이 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어디가 우선인가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소리 없이 학교에서 사라지는 길뿐이며, 싸울 때만 내 권리를 찾아올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전교조는 학생과 학부모 들에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리는 등 연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11월 말 국회에서 호봉제 예산과 교육공무직 법안의 내용이 상정돼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해 학교비정규직의 투쟁은 온갖 차별에 신음해 온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다. 올해도 학교비정규직이 전진한다면 건설, 철도, 삼성전자서비스 등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는 다른 많은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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