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파업:
노동자들이 놀라운 투지를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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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하고, 벌써 노동자 2명이 삼성의 노동탄압에 항거해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동료의 영정 사진을 안고 한 달이 다 되도록 파업을 하고,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압력을 받은 사측은 교섭에 나와 협상을 시작했다. 그동안 제대로 교섭조차 하지 않던 것에 비하면 진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염호석 열사 명예회복과 책임자 처벌, 생활임금 보장, 폐업센터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대부분의 요구에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잠시 교섭이 결렬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성취하기 위해 강건하게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어차피 한 번에 교섭이 타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도장 찍기 전까지는 무슨 얘기가 나와도 믿을 수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이번에는 끝장 봐야 한다” 하고 말한다. 장기간 파업과 힘든 노숙 농성에도 노동자들은 놀라운 투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삼성은 노동자들에게 굴복했다간 노동조합이 확대되고 다른 삼성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할 것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이재용 체제에서 그동안 온갖 탄압으로 억눌러 온 삼성 노동자들의 저항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저들이 선뜻 양보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이것은 저들이 강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삼성이 반도체 산재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직접 교섭에 나선 것은 저들이 처한 처지의 한 단면을 보여 줬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이건희 왕국이 이재용 왕국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겠는가.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버티고 싸우며 삼성그룹의 문제점을 계속 쟁점화하는 것은 저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치 상황도 나쁘지 않다. 진보진영이 압승을 거둔 교육감 선거가 보여 주듯 여권과 박근혜에 대한 항의 정서가 상당하다. 정부와 여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노동자들의 투쟁이 살아나고 있다. KBS 노동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전격적으로 파업에 들어가 승리했다. 케이블방송·통신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했고,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의료 민영화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6월 말 총궐기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삼성의 곤란한 처지를 기회 삼아 투쟁을 지속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사측이 12일에 교섭 재개를 요청한 것도 삼성전자서비스 파업이 민주노총 총궐기와 연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지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삼성은 죽었다 깨도 모르는, 형언키 어려운 용기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 서로 다독이며 등 두드리고 웃으며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읍시다. … 정동진 앞바다에 달려가 호석이 영혼 보내 주며 뜨겁게 포옹하고, 우리들의 직장, 애증의 일터 삼성전자서비스로 돌아갈 것입니다.” “75년 역사에서 노조와 단 한 번도 단협을 맺어본 적이 없는 삼성 … 우리가 삼성과 단협을 맺는 것은 역사적 쾌거이고, 우리 스스로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노동자 연대를 건설하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4대 재벌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과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을 지원하는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 중이다. 또, 수개월간의 투쟁으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투쟁 채권 발행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계획들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더 확대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KBS 노동자들의 파업은 세월호 참사로 증폭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노동자 투쟁으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전진한다면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전체 투쟁에 더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
또, 삼성전자에 일하는 노동자만 10만 명에 이른다. 삼성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는 것은 노동운동의 큰 전진일 것이다. 따라서 전체 노동운동 진영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반으로 삼성에 민주노조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불굴의 용기로 싸우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노동자 연대를 보여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