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삭감 말고 공적연금 강화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연금학회가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아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낸 후, 정부가 연금 개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 안을 마련하고 10월 중순경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당정청이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근혜가 이미 올해 초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접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개악을 포함시켰고, 안전행정부도 최근 “연금학회 제시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정부안도 공무원연금을 상당히 공격하는 내용이 될 공산이 크다.
연금학회는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대신, 공무원의 낮은 퇴직금을 보전하는 방식’을 내놨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지상 과제인 정부가 연금 삭감액만큼 퇴직금을 보전해 줄 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연금 삭감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삭감 대신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해 민간 보험사들의 배를 불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의 노후를 시장의 불안정성에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공격하며 공무원 노동자들과 다른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정부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 수준에 공무원연금을 맞춰야 하는가?
국민연금은 이미 여러 차례 개악으로 훼손돼,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20퍼센트에 못 미친다. 이것은 2040년이 돼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2013년에 국민연금을 받은 사람 중 10만~20만 원을 수급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1백만 원 이상을 수급한 사람은 겨우 1.2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오히려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공무원연금 삭감을 시도하면서 국민연금의 추가 개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지난해 7월경 국민연금발전위원회는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제시했다. 한국연금학회의 전 회장 김용하는 TV 토론에서 “공무원연금 적자만 있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기초연금, 국민연금도 문제고,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의료보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다 줄여나가야 된다” 하고 속내를 드러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전체 공적연금의 방어·개선이라는 맥락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