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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성명] 양당의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는 무효다: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으로 5월 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자

5월 2일 국회특위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합의했다. 양당은 5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양당이 합의한 개악안에 따르면, 기여율은 28.6퍼센트 인상되고 지급률은 10.5퍼센트 삭감된다. 수급개시연령은 65세로 늦춰진다. 유족연금은 여기에서 10퍼센트를 더 삭감하고 앞으로 5년 동안 모든 퇴직자의 연금액 인상이 동결된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애초 개악안을 온전히 관철시키진 못했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개악이다. 평균보수월액이 3백만 원인 공무원 노동자의 경우, 30년 동안 기여금으로 2천1백60만 원을 더 내고, 수급액은 20년 동안 4천3백20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성완종 같은 기업주들에게서 뇌물을 받아먹는 권력자들에게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이 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자녀를 키우고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개악이다.

“사회적 대타협”? 공무원 노동자들은 합의해 준 적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이번 합의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협상 테이블에 노동조합을 끌어들여 ‘개악’을 ‘사회적 합의’로 포장하려고 애썼다. 그래 놓고는 “고통을 분담해 준 공무원들에게 큰 보람이 될 것”(문재인)이라고 메스꺼운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은 이번 개악에 합의해 준 바 없다.

5월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반대했다. “공무원노조는 현재 단일안이라고 국회연금특위에 올라온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반대[한다.]”

전교조도 5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합의안을 반대했다. “우리는 이 합의에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107만 공무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합의는 원천무효이다!”

그런데도 실무기구와 국회특위가 ‘야합’을 ‘합의’라고 치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교총과 공노총의 배신, 무엇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직권조인’ 같은 배신적 타협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 2일 오전 열린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는 지도부의 배신 행위를 거부했다.

따라서 양당의 합의는 가장 중요한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조직인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공식적으로 반대한 것이므로, “사회적 대타협”은커녕 반노동자적 개악이다!

문재인은 공무원연금 개악 방식을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도 적용하자고 한다. “앞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혁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조개혁을 해 나갈 때 따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반발을 의식해 노사정위 협상 결렬을 선언한 한국노총 지도부를 다시 테이블에 앉혀, 노동시장 구조 개악도 밀어붙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 지도부조차 결렬을 선언할 만큼, 노사정위는 정부와 자본의 이해를 밀어붙이는 수단이었다. 영국과 독일 등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도 ‘사회적 합의기구’는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사회적 합의기구’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방어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류 정당들이 노동자들에게 양보의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이었다. 사실, 공무원노조도 2009년 연금 개악 당시 이미 경험한 바이기도 했다.

바로 이 때문에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 같은 공무원노조 내 투사 그룹들과 전교조는 국민대타협 기구와 실무기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불참(과 탈퇴)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공적 연금 강화 합의는 개악 면피용일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합의가 공적 연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양당은 공무원연금 삭감액 중 고작 20퍼센트를 공적 연금 강화에 사용한다고 합의했다. 1년에 1조 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공적 연금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룰 수 없다. 예컨대, 전체 노인의 70퍼센트에게만 20만 원 이하의 돈을 주는 기초연금 예산만 해도 1년에 10조 원이 넘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재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인상한다고 했지만, 이 또한 공무원연금을 삭감한 돈으로는 어림없다. 이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해서 이를 채우겠다고 한다.

이처럼 공무원연금을 삭감한 돈으로 공적 연금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기 위한 면피용이었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삭감액 대부분(나머지 80퍼센트)은 기업주들을 지원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데 쓰일 것이다.

공무원연금 삭감액 20퍼센트를 공적 연금 강화에 사용하겠다는 합의조차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벌써 청와대는 국회특위가 국민연금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월권”이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또, 노동자들의 보험료 중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공적 연금 관련 사회적 기구를 8월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먹튀’ 하기에 딱 좋은 합의문이다. 심지어 공무원연금 삭감액 20퍼센트 사용을 떡밥 삼아 국민연금 개악을 추진할 위험마저 보인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의 실무기구 책임 참석자인 김성광 사무처장은 5월 2일 새벽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합의해 줬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으려고 1년 넘게 투쟁을 준비해 온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공무원노조 공식 결정도 위배하면서 이충재 집행부가 개악안에 합의해 준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는 배신 행위다. 이충재 위원장과 김성광 사무처장은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5월 2일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개악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싸우겠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이충재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제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이충재 위원장을 즉시 사퇴시키고 새로운 투쟁 지도력을 제공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도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단지 공무원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적연금 개악의 지렛대이자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추진 동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악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2015년 총파업 투쟁 정신에 걸맞은 투쟁 계획이 신속히 제시돼야 한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활동가들도 투쟁이 끝났다고 체념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총력 투쟁을 건설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2015년 5월 3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