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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결의대회:
“한광호 열사는 현대차, 유성이 죽였다”

“광호 현장에 있는 동지들이 모두 기계를 멈추고 광호 옆에서 함께 싸우고 있어.” (고(故)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유성영동지회 쟁의부장)


“싸워야지, 그래 싸워라. 싸워서 이겨라”(고(故) 한광호 열사의 어머니)

△3월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열린 ‘부품사 노사관계 지배개입 현대차 규탄!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4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상복을 입은 김성민 유성영동지회장이 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진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봄날,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절규가 강남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동지의 영정을 가슴 깊이 껴안은 유성 영동·아산지회 노동자들과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등 금속 노동자 4백여 명이 3월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 모여 ‘부품사 노사관계 지배개입 현대차 규탄!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는 동지를 잃은 슬픔과 동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현대차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로 가득찼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현대차가 매우 깊숙이 개입돼 있었고,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를 배후조정 했던 것이 확인됐다.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의 노동자 탄압이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숨 좀 쉬게 해 달라”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지금까지 회사는 생산량을 엄청 늘리고 있다. UPH(시간당 생산량)를 올려 하루 생산량을 정해 주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기초질서 확립하자’는 것까지 해서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 휴식시간이 아니면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면 설비에서 떨어지는 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한다.” 집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한 말이다.


2011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밤엔 잠 좀 자자’ 라는 정당한 요구를 걸고 투쟁을 벌였다. 이후 유성기업은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용역을 투입하고, 지난 6년간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탄압해 왔다. 지회 조합원 96.5퍼센트를 징계하고 27퍼센트를 고소, 고발하는 등 조합원들을 괴롭혔다는 것이 폭로되기도 했다. 유성기업이 지회와 조합원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건수는 무려 1천3백여 건이나 된다.

결의대회가 열리기 전, 경찰이 고 한광호 열사의 유족을 밀치고 있다. ⓒ이미진

열사와 함께 싸웁니다 열사와 동거동락하며 투쟁해 온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열사의 영정 사진을 몸벽보로 입고 있다. ⓒ이미진

현대차 앞에 높이 세워진 열사의 영정 ⓒ이미진

결의대회에서 함재규 열사대책위 위원장은 지난 6년간 유성기업에서 자행된 노조 탄압을 폭로했다.


“[사측은] 지난 2011년 5월 18일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을 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의 두개골이 함몰되는 등 폭행을 당했다. 그 이후에도 고소고발 1천여 건과 징계 협박, 해고, 감시 카메라, 풀 뽑기, 페인트 칠하기, 화장실 청소와 같은 인권유린까지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숨 좀 쉬게 해 달라’고 지난 6년간 그토록 외쳤다.
“한광호 열사는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맞서 6년 동안 싸웠다. 그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의 폭행, 징계위 출석 요구 등으로 지쳐 있었다. 열사의 죽음은 현대차와 유성기업에 의한 타살이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42세 한광호는 인생의 절반을 유성기업 현장에 바쳤다. 노조 파괴와 자본의 모진 탄압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했지만, 민주노조 조합원이자 당당한 노동자로서 그의 삶이 기억되고, 그의 명예가 온전히 금속노동자들 가슴 속에 새겨지길 바란다”면서 “이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싸움이 아니다. 현대기아차 현장에는 금속노조 최대 조직인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다. 당당히 싸우면서 노동자의 긍지를 만들어 가자” 하고 말했다.

“ 노동탄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길 기도하며 싸울 것” 고(故)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동지가 주먹을 불끈 쥔 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유성기업의 노동자 탄압에 맞서 싸우다가 해고된 고(故)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동지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놓지 않았다.


“해고에 항의하며 노숙농성 중이라 동생이 사라졌을 때 바로 찾으러 가지 못했다. 동생에게 싸우라고만 했지, 동생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몰랐다.
“어제 어머니에게 ‘현장에 있는 동지들이 모두 기계를 멈추고 광호 옆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 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싸워야지, 그래 싸워라. 싸워서 이겨라’고 한마디 하셨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현장에서 전면파업을 10일 넘게 하고 있다. 임금이 반 토막이 나고 또 반 토막이 났는데도 또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할 테니 도와 달라.”

“ 한광호 열사 투쟁은 유성 지회만의 싸움아닌 우리의 싸움“ 김성민 유성영동지회장 ⓒ이미진

김성민 유성영동지회장은 “열흘 동안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열사를 믿고 가열찬 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특히 현대차지부 동지들이여 이 싸움은 유성 지회 싸움이 아니라 우리의 싸움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각 부품사가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와 각 부품사, 그리고 금속노동자 15만 명이 모인다면 우리는 한광호 열사 투쟁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글로벌 위기 속 구조조정에 맞서서도 싸울 수 있다” 하고 호소했다.


지금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열흘이 넘도록 영동공장에서 전면파업, 아산공장에서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노조파괴 범죄자 처벌,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와 유성지회 노동자들의 서울광장 농성은 9일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