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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 상품화 확대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투쟁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모순을 뚜렷이 드러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계획은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의 일환으로 올해 첫 도입해 30세 이상 직장인의 직업 교육을 4년제 대학의 단과대 체계에 포함하고 학위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화여대 등 10개 대학교가 한 해에 학교당 평균 35억 원을 지원받아 올 2학기부터 신입생을 받을 계획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화여대 측의 백지화 발표 직후 어쩔 수 없이 9개 대학교만 추진하게 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실업계 고졸자 등 성인학습자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조치로 내세웠지만, 실은 학령인구 감소로 갈수록 수입이 줄어드는 사립대학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이에 근거해 2023년까지 입학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계획을 내놓고, 지난해 실시한 대학평가로 대학에 차등적 정원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입학정원 감축과 연계해, 모든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립대학들, 특히 수도권의 대규모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입학정원 감축을 꺼린다. 이런 사립대학들을 정부는지원금 등으로 달래가며 입학정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 계획은 유학생 유치 사업과 마찬가지로,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가가 사립대학들의 새로운 활로 개척을 돕는 것이다. 신설될 단과대가 책정할 등록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학 부설의 평생교육원과 달리 4년제 대학의 단과대로 학위과정이 개설되므로 평생교육원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이 매겨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교육여건 개선이 아니라 교육 상품화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밝힌 대학원 규제 완화도 같은 맥락이다. 상위권 평가를 받는 대학에는 석사 학위 취득 기간이 단축되고 대학원 정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한국형 그랑제콜’ 육성책)이 도입된다. 일반대학원에만 허용됐던 학·석사 통합과정이 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 제외)에도 설치돼 석사 학위 취득이 5년 만에 가능해진다. 또, 석사와 박사 증원 규제가 완화됐다.

2008년 이후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간강사들이 1만 명 넘게 해고됐고 박사 실업자들이 지금도 수많은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대학들의 돈벌이를 위해 대학원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 교원과 직원의 조건은 악화됐다. 대학 학부 교육의 다수를 맡았던 시간강사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소규모 강의가 폐강되고 대형강의가 많이 늘어났다. 법정 전임교원 중에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년트랙이 다수가 됐다. 전체 신규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은 2011년 45.7퍼센트에서 2015년 56.6퍼센트로 빠르게 늘었다.(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평균 임용기간이 2년 이하이고 연봉이 2~3천만 원에 불과하다.) 특히, 교수 1인당 강의시수가 2010년 9.3시간에서 2014년 13.3시간으로 무려 4시간 증가했다(〈교수신문〉 2014.4.27). 전임교원의 법정 책임시수인 주당 9시간을 크게 초과한다.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은 학생 장학금과 연구비를 제외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고, 특히 인건비 지원이 매우 부족해 대학은 온갖 비정규 노동의 양산지가 됐다. 돈벌이에 눈이 먼 대학 경영진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등 온갖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저임금의 비정규 노동자에 크게 의존해 추진할 것은 확실하다.

자본에 속박된 교육

한편, 박근혜의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 상품화와 시장화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과 방식 모두를 자본가 계급의 필요에 부합하도록 더욱 옥죄고 있다. 산업 수요에 따라 정원을 대거 조정하는 대학에 수십억~수백억 원씩 지원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프라임 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됐는데, 선정된 21개 대학은 정부 정책 방향대로 인문·사회·예술학과 정원을 대폭 줄이고 그 비슷한 규모로 이공계·의학계 정원을 늘렸다. 프라임 사업은 이 21개 대학 외에도 많은 대학들이 산업 수요를 중심으로 학과구조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도록 자극했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기초학문이 말살된다는 비판이 많자 정부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 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제시한 코어사업 유형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으로 인문학을 산업수요에 끼워 맞춰 변형시키거나 교양교육 정도 수준으로 발전계획을 제시할 경우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인문학도 ‘산업수요’에 맞춰 변형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구성원들 다수의 반발로) 민주적으로 추진될 리 없다. 프라임 사업 추진이나 다른 학과통폐합 과정에서 대학 당국들은 밀실에서 사업을 추진하며 학생, 교수, 직원들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해 곳곳에서 갈등을 낳았다. 경희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나 결국 대학 당국이 프라임 사업 추진을 포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학을 오직 자본가들의 이윤 필요에 맞게끔 개편하면서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 교수, 직원 등 구성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립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을 부실하게 만든 재단 등에게 오히려 특혜를 주려 한다. 현재 사립대학이 해산하면 잔여재산이 국고로 돌아가게 돼 있지만, 새누리당은 부실 사립대학 퇴출을 쉽게 하려고 재단이 학교 재산을 가져갈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 올해 박근혜는 이번 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내년 대학 평가를 앞두고 대학구조개혁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또한 산학협력을 매우 강조하는데, 산학협력선도대학을 지정해 예산을 대폭 지원하고,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 분야에서 산학연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2000년대 들어 국가의 대학 연구비 지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계속 강조돼 왔다.

대학 교육을 산업 수요에 맞추라는 주문은 대학의 교육과정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획일화시키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이 시행되면서 절대평가가 대거 상대평가로 바뀌었고, 대형 강의 수가 늘었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학생이나 교육자의 의견은 깡그리 무시한 채 교육을 자본가들의 필요에 종속시킨다. 갈수록 협소하고 지루해지는 교육 대신 학생들의 관심사와 필요에 부응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방식이 시도되고, 학생-교수-직원 간 민주적 소통이 활성화되는 대학이 필요하다.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며 학생의 교육권과 대학 노동자의 권리를 모두 공격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맞서 우리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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