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총장 퇴진 운동의 의미 되짚기 ②:
최경희 총장은 사퇴하고, 대학 상업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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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학교에는 매점이나 직영 식당이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상업 시설들이 들어섰다. 안 그래도 이대와 신촌 일대는 물가가 비싼 편이다. 상업 시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도 학교 밖과 다를 바 없이 비싼 상업 시설들을 이용하게 됐다.
ECC에 입점해 있는 고급 중식당 ‘케세이호’는 무려 9천 원 짜리 짜장면을 판다. 그 외에도 학생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꽃집과 옷 가게도 들어서 있다.
최경희 총장이 취임하고 나서 이런 상업화는 더욱 심해졌다. 비싼 음식점들이 기존의 식당들을 밀어냈다. 헬렌관에는 고급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식당(‘라운지오’)가 들어섰다. 국제교육관에는 1만 6천 원~2만 4천 원 짜리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 한식당이 들어 왔다.
이런 비싼 상업 시설들은 평범한 학생들이 이용하기 어려워 ‘누굴 위해 만든 것이냐’는 불만을 자아내 왔다.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비싼 상업 시설을 들여 온다는 불만도 쌓여 왔다. 이화여대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자 이런 불만은 더 증폭됐다.(‘이화여대 재학생이 말하는 최경희 총장이 사퇴해야 하는 6가지 이유’를 참고하시오.)
최경희 총장은 파빌리온 건립으로 돈벌이 사업의 정점을 찍었다. 모든 계획이 밀실에서 추진됐기 때문에 학생들은 2015년 5월 〈이대학보〉에서 처음으로 파빌리온 건립에 대한 보도를 접했다. 학교 측은 파빌리온이 학생들의 휴게시설이고,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은 부수적일 뿐이라고 했지만, 실제 건립된 파빌리온은 비싼 커피를 판매하고 기념품 매장이 대부분인 관광객 대상 건물이었다. 방학 중에 학생 1천여 명이 반대 서명을 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학교는 ‘불통’으로 일관했다.
수 년째 학생들이 자치공간 확충을 요구하고, 신산업융합대학은 제대로 된 단과대학 건물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객 대상 돈벌이 건물만 신속하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최근 학교 당국이 상업 시설이 꽉 들어찬 ECC 지하 4층을 ‘교육연구시설’로 신고해 재산세를 감면 받아 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본관 농성 학생들은 2015년 건립된 파빌리온도 학교 측이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판매시설을 분양할 수 없는 ‘가설건축물’(임시로 설치된 건축물)로 신고했다고 폭로했다. 세금을 안 내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죽은 벌레와 새
2016년 하반기에 개소한 신축 기숙사에도 상업 시설이 들어차 있다. 신축 기숙사엔 ‘스무디킹’, ‘베스킨라빈스’, ‘위드미’ 편의점, ‘오피스디포’ 등이 입점해 있다.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업 시설들은 돈벌이를 하고, 학교는 임대료를 챙기는 것이다.
심지어 신축 기숙사는 이용료도 더 비싸다. (기존 기숙사인) 한우리집의 기숙사비는 평균 1백3만 원이지만, 신축 기숙사 입사생은 평균 1백17만 원을 부담하고, 한우리집과 최대 약 76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이대학보〉).
번지르르한 상업 시설들이 입점해 있지만 신축 기숙사는 학생들이 입주하기 직전까지도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아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신축 기숙사는 원래 2015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한을 훌쩍 넘겨 2016년 8월 말 완공됐다. 기숙사가 들어선 북아현동의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공사가 계속 지연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학교 당국은 8월 말을 넘기면 또다시 한 학기를 비워둬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초조해져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입주를 추진한 듯 하다. 한 학기 기숙사비를 비롯해 신축 기숙사에 입점할 상업 시설들의 임대료 등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학생들이 입사한 후에도 아스팔트를 깔고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공사가 계속돼, 입주한 학생들은 소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기숙사 천장에서 물이 샜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먼지, 본드 냄새로 인한 가려움, 어지러움, 알레르기 반응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한다. 방에서 죽은 벌레와 새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모두 학교 당국이 돈 때문에 입주를 서두르면서 벌어진 일이다.
최경희 총장은 이처럼 상업 시설 유치와 돈벌이에는 적극적이면서 학생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교육환경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당국은 2015년 여름 중앙도서관의 24시간 개방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24시간 유지에 드는 전기요금이나 인건비가 아깝다는 것이었다. 이는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학내에 상업 시설이 들어오면 더 편리하고 좋지 않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높은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며 수업까지 듣는 평범한 학생들 입장에선 상업 시설들은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오히려 학교가 학생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직영 식당, 매점 등을 운영해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액의 등록금으로 만들어 낸 적립금을 쌓아두지만 말고 이런 데 써야 한다. 그러나 직영 식당이 늘어나긴커녕, 기존에 직영으로 운영되던 헬렌관 식당은 2015년 외주화됐다.
또한 비싼 상업 시설은 학생들 사이에서 경제력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한다. 부유한 배경의 학생들은 비싼 상업 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없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오히려 학내에 상업 시설이 들어올수록 사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지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런 대학 상업화는 학교 당국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 부동산 임대업과 돈벌이 장사를 더 앞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학생들이 마음 편히 학습할 수 있게 값 싸고 질 좋은 편의시설들을 제공하는 게 교육기관으로서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학생들의 교육은 내팽개친 최경희 총장은 사퇴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