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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
출간 150년 맞은 《자본론》, 그 어느 때보다 유효하다

1867년 9월 14일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1권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판됐다. 마르크스는 직접 출판업자에게 원고를 가져다 준 후 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껏 부르주아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 어떤 미사일보다 이 책의 위력이 더 클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류 학계는 한결같이 《자본론》을 사산아 취급한다(조너선 스퍼버와 개럿 스테드먼-존스가 최근 각각 발표한 마르크스 전기가 그 좋은 예다). 출판 당시에조차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었으니, 21세기에는 말할 것도 없다는 식이다.

이런 관점으로는 오늘날 《자본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자본론》 출간 150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나는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했고, 이번 주에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가 후원해 열리는 또 다른 기념 학술대회를 함께 조직하고 있다. 이 대회의 참가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하비가 유투브에 게시하는 《자본론》 강의가 공전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을 이해하고자 하는 요즘 사람들의 열의를 읽을 수 있다.

9월 14일은 《자본론》 1권이 출간된 날이기도 하지만, 10년 전 노던록[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파산하고 국유화된 영국 은행] 지점 앞에 예금주들이 늘어서 대량 인출 사태를 빚은 날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진 것은 마르크스 생전이던 1866년에 [런던 소재 할인은행] 오버엔드거니앤컴퍼니가 무너진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노던록 대량 인출 사태는 세계 경제·금융 공황이 백일하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세계경제는 지금까지도 그 위기의 여파 속에 있다. 자본가 집단이 혼란에 짓눌려 있다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영란은행 같은 각국 중앙은행이 당시 금융 위기 이래로 뚝 떨어진 금리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올릴지 말지 우물쭈물하는 것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본론》은 이런 혼란을 떨칠 수 있게 해 준다.(마르크스가 출간한 1권뿐 아니라 마르크스 사후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편찬한 2권과 3권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본론》 1권은 마르크스의 역작이다. 엥겔스가 끈질기게 채근하지 않았더라면 《자본론》 1권은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지만, 마르크스가 친구[엥겔스]에게 말했듯, 그는 《자본론》을 “예술적 총체”로 만들려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자본론》의 몇몇 부분은 난해하다.(엥겔스가 마르크스에게 더 쉽게 쓰라고 다시 쓰게 한 1장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하비의 강연이나 조셉 추나라의 최근 역작인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 가이드》 같은 좋은 해설의 도움을 받으면 길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독창성

19세기 영국 평론가 W H 도슨의 다음과 같은 비평은 여전히 진실이다.(에릭 홉스봄이 지적했듯, 도슨의 평가는 요즘의 친자본주의 평론가들과는 논조가 사뭇 다르다.) “《자본론》의 교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발군의 독창성, 보기 드문 직관, 정연한 주장, 예리한 논조에 감히 반론을 펼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학술 연구자나 교수 직위 같은 안락한 처지에서 이 책을 쓴 것도 아니었다. 마르크스가 경제학 연구에서 주요한 성취를 이룬 1850~60년대 내내 마르크스 가족은 빈곤에 시달렸다. 상황은 때로 심각하게 절망적이었다.

더구나 마르크스는 생애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활동을 벌이는 와중에 《자본론》을 썼다. 1864~72년 마르크스는 국제노동자협회, 즉 제1인터내셔널의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시기에 마르크스는 인터내셔널이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노예제에 반대한 북부를, 아일랜드 독립 운동을, 1871년 파리 코뮌을 지지하도록 이끌었다.

《자본론》 내용에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반영돼 있다.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병에 걸리고 “진정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진척”을 보이기 어려워서 [애초 계획에는 없던] 후일 《자본론》 1권 10장이 되는 “노동일” 부분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장은 오늘날 읽어도 빅토리아 시대 자본가들의 무자비한 착취 방식이 얼마나 경악스러웠는지, 그리고 노동자들이 집단적 저항으로 자본가들을 물러서게 하고 법정최대노동일 규정을 쟁취한 과정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자본론》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를 먼 데서 찾을 필요 없다. 《자본론》은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 임금 인상 제약, 무뢰배 같은 사장들에 맞서 싸우는 오늘날의 세계를 다룬 책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한, 《자본론》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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