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카탈루냐 독립 갈등으로 스페인과 유럽연합의 취약성이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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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독립 운동을 탄압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을 지탱하려는 지배자들의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지적한다.
“치안수비대 입대는 내란 선포 행위다.” 스페인 내전이 벌어진 1936년에 스페인 소설가 라몬 센데르는 이렇게 썼다. [당시] 준 군사조직이었던 치안수비대는 부패한 부르봉 왕가가 19세기에 창설한 억압 기구였다. [치안수비대의 상징인] 삼각 모자와 더불어 치안수비대는, 내전에서 승리한 후 1939년에서 1975년까지 스페인을 지배한 프란치스코 프랑코 독재 정권의 상징이 됐다.
10월 1일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를 중단시키려 치안수비대를 파견한 스페인 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치안수비대의 상징성을 몰랐을 리 없다. 어쨌든 라호이가 속한 국민당은 프랑코 내각에서 장관이었던 마누엘 프라가가 설립한 정당인 것이다.
물론 국민당 지지자들은 국민당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며 악랄한 프랑코 독재와는 아무 연관도 없다고 성마르게 주장할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만 진실에 부합한다. 국민당은 [프랑코 독재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18~19세기 부르봉 왕가 치하에 뿌리내린 카스티야* 중심주의를 옹호한다. 이 카스티야 중심주의에는 카스티야에서 비롯하지 않은 지역, 특히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자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전 세기에 횡행했던] 이런 억압이 20세기 초에 마드리드에 다시 만연했다. 카탈루냐와 바스크는 [스페인 다른 지방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자치권 내지는 독립을 요구하게 됐다. 이는 스페인 국가의 이미 심각한 위기를 악화시켰고, 결국 내전이 발발했다. 프랑코는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민족주의를 특히 혹심하게 탄압했다.
최근 카탈루냐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현대 스페인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이 된 1978년 헌법이 제시된다. 그런데 이 1978년 헌법은 “스페인 국가의 불가분의 통합”과 “민족·지역 구성원들의 자치권”을 모두 긍정하는, 매우 모순적인 법이다. 이 헌법은, 한편으로는 프랑코주의와 (합의 하에) 결별하면서도 스페인 국가와 스페인 자본주의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한 특정 상황에서 도출된 산물이었다.
이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머리를 맞댔던 것은 세 부류의 매우 비민주적인 자들이었다. 첫째 부류는 프랑코주의 정치 운동을 현대적으로 고치려는 자들로 전 총리 아돌포 수아레스가 이들을 대변했다. 둘째 부류는 군부였으며, 셋째 부류는 당시로서는 가장 강력한 좌파 정당이었던 스페인공산당이었다.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민족주의 운동이 프랑코 독재에 맞서 격렬히 투쟁했기 때문에, [스페인 국가는] 이들 두 민족에 대한 자치권을 보장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을 포함한] 온전한 영토를 수호”할 임무는 계속 군부에 맡겨졌다.
바스크 지방에서 [이 타협에 맞서] 오랫동안 게릴라 투쟁이 벌어졌음에도 이런 타협은 결국 굳어졌다. 스페인은 유럽연합(EU)의 중추적 국가가 됐다. 그러나 스페인과 유럽연합 정치인들이 [공히] 과시했던 스페인과 유럽의 [끈끈한] 연계가 외려 [유럽연합의] 패착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 초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국민소득의 20퍼센트가 이곳에서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대부분의 다른 지역들보다 더 친기업적으로 산업화·국제화돼 있다.” 그러나 스페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카탈루냐 역시 라호이가 집행한 혹독한 긴축 정책에 시달려 왔다. 라호이는 총리가 된 2011년 이래로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침을 매우 충실히 이행해 왔다.
한편 [야당일 때부터] 라호이와 국민당은,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이끌던 전 정부가 카탈루냐·바스크와 벌인 협상으로 더 많은 자치권이 보장될 것이라며 맹렬히 반발해 왔다. 그래서 카탈루냐인들은, 긴축 정책을 부과하면서 동시에 자결권은 인정하길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우파 정부와 계속 충돌해 왔다.
라호이에게는 유럽연합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라호이가 사회당과의 타협 속에서 소수 여당 총리 자리를 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위원장 프란츠 팀머만스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을 탄압하는 중앙정부의] 진압 부대가 소위 “물리력을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고 나섰다.
[팀머만스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분명하다. 10월 6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불평했듯 “카탈루냐 위기는 유럽 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다. … 유로존의 국가 부채와 은행 위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유럽통합의 기틀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이 독립 요구로 압박하면 … 온갖 문제들이 들어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라호이의 깡패 전술은 벌써부터 역풍을 낳고 있다. 그리스 사태, 브렉시트에 이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은 부패한 신자유주의적 유럽 “질서”가 얼마나 취약하고 비민주적인지를 보여 주는 최신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