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각계 인사 85인의 연대 호소문:
카탈루냐 독립 운동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아래로부터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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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월 1일 카탈루냐 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정부의 공격 속에서 치러진 후, 대중적 카탈루냐 독립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카탈루냐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 자치단체 전현직 기초의원, 시민사회·좌파 단체들의 지도적 활동가 등 각계 인사 85인(10월 18일 현재)이 발표한 국제 연대 호소문으로, 오늘날 카탈루냐 독립 운동의 정치적 의미를 밝히는 부분을 번역해 싣는다.
10월 1일 카탈루냐인 수백만 명이 자결권을 요구하며 투표했는데도 스페인 중앙정부는 전투경찰 수천 명을 보내 우리를 잔혹하게 공격했습니다. 민중에 대한 이런 경찰 폭력과, 그에 맞서 수십만 명이 단호하고도 민주적인 행동으로 투표소를 평화적으로 지켜 낸 것이야말로 카탈루냐에서 지금 벌어지는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은 다양한 요구를 내건 세력들이 함께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매우 진보적인 여러 단체들의 강고한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참가 조직들은 진정한 성 평등 정책을 촉구하고 성적 괴롭힘에 반대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주택 강제 퇴거에 반대하고 에너지 빈곤 해소를 요구합니다. 셰일가스 개발[지하수 오염과 지진 등을 낳는다]에 반대합니다. 핵 에너지에 대한 특별세 도입을 요구합니다. 투우 금지를 요구합니다. [전투경찰의] 고무탄 사용을 금지하라고 요구합니다.(이런 요구를 번번이 묵살한 것이 바로 스페인 중앙정부입니다.)
올해 [2월] 카탈루냐는 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난민 환영 시위를 벌였습니다. [관련 기사: ‘[스페인 바르셀로나] “난민 환영”을 외치며 수십만 명이 행진하다’] 올해 8월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 공격 직후 [우익의 준동에 맞서] 평화와 공존을 외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행진했습니다.[관련 기사: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격 이후: 극우를 막고자 결집하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 그 누구도 카탈루냐를 ‘폐쇄적 민족주의’나 ‘퇴행’이라는 말로 매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카탈루냐 독립에 찬성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카탈루냐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900명 이상이 다칠 정도로 경찰 폭력이 잔혹했음에도 10월 1일 우리는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정했습니다.
10월 1일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전체 투표자의 90퍼센트 이상인 2백만 명 이상이 독립 카탈루냐공화국 수립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번 국민투표 투표율은 현행 자치법규를 승인한 [2006년] 국민투표 때보다도, 유럽연합 헌법을 승인한 [2005년] 국민투표 때보다도 높습니다. 어느 누구도 국민투표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정부의 탄압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는 훨씬 더 큽니다. 전체 투표소 2,300곳 중 약 400곳이 경찰[과 중앙정부] 당국에 의해 폐쇄돼, 유권자 약 77만 명의 권리 행사가 제약당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카탈루냐에 거주했는데도 출생지 기준으로 투표권을 부여하는 현행 스페인 선거법 때문에 국민투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이 호소문에 서명한 사람 중 몇 명도 그 때문에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투표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도 카탈루냐인의 자결권을 지키기 위해 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상을 이유로 수사대상이 되고, 검찰에 소환되고, 심지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전투경찰은 카탈루냐 자치정부 건물과 언론사를 습격했고, 웹사이트 약 150개를 폐쇄했습니다. 현재 카탈루냐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돼 있는데, 프랑코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군사독재 치하에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정의도 온전히 세워지지 않은 반면 파시스트들은 수상쩍은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현실은, 스페인 국가 하에서는 민주적 권리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독립의 상(象)이 저마다 달라도 카탈루냐 인구의 83퍼센트가 한목소리로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독립을 결정할] 자결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단결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단결을 유지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활동을 벌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활동은 인내심 있게 토론하고 모두를 위한 진보적 사회를 건설하는 참여 과정 속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반면, 탄압이 승리하고 민주적 권리가 (그리고 십중팔구 사회적 권리도) 제약당하는 상황에서는 아래로부터의 활동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오랜 세월 그랬듯 지금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나라들도 스페인 중앙정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강력한 행동으로 압박하지 않으면 그들은 앞으로도 우리의 민주적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전 세계 시민사회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고 카탈루냐 민중의 자결권을 지지해야 합니다.
모든 도시, 모든 나라가 카탈루냐 독립 투쟁에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 그들이 우리의 자결권을 탄압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내일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기본권을 탄압할 것입니다.
카탈루냐의 투쟁은 다수 민중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전 지구적 투쟁의 일부입니다. 우리를 위해서도,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도 카탈루냐에 연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