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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공장 노동자들이 신차 강제 투입에 반대해 파업하다
강경한 사측에 맞서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11월 27일 11시 30분, 현대차 1공장 의장부 생산 라인이 모두 멈춰 섰다. 사측이 신차 ‘코나’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조와의 합의 없이 강제로 물량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파업은 오늘(28일)도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24일)에도 해당 공정인 1공장 2라인은 대의원·현장위원들의 저항으로 10시간 가까이 생산이 멈췄고, 작업 재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다른 차종만 만들고 ‘코나’ 생산은 거부했다.

이번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사측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나’는 주문량이 밀려 있어 단체협약까지 위반하며 무리하게 강제 추가 생산을 시도했는데, 통쾌하게도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사측은 “불법 파업”, “엄정 대처”, “임금 손실” 등을 협박하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닭장 같이 협소한 공정”을 개선하지 않으면 추가 생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이제 계속 투쟁해야 합니다!”

현대차지부 하부영 집행부와 1공장 의장부 대의원회가 파업을 단행한 것도 이런 노동자들의 불만에 힘입은 것이다. 24일 사측이 ‘코나’ 강제 투입을 시도했을 때부터 노동자들 사이에선 “1공장 전체가 파업을 해야 한다”, “지부가 파업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대차 1공장 파업 집회 사진 ⓒ사진 제공 현대차 1공장 조합원

분노한 노동자들

이렇게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안 그래도 비좁은 공정에 사측이 신차를 추가로 욱여넣어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코나’는 지난 6월 1공장 1라인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사측은 노동강도를 높이고 외주화를 확대해 노동자들의 커다란 불만을 샀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1공장 사업부위원회 집행부는 조합원들을 투쟁으로 결집시키고 연대를 확대해 맞서길 주저했고 결국 사측에 굴복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측은 ‘코나’가 잘 팔리자 생산량을 늘리려고 이제 2라인에서도 추가 생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여간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커다란 불만을 토로했다.

안 그래도 공정이 협소해 일하기가 팍팍한데 차종이 하나 더 늘어나면 그만큼 더 일이 힘들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옆 라인의 노동자들이 ‘코나’ 생산 이후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 받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올해 초 개선 공사를 했는데, 오히려 노동강도가 더 세졌어요. 제가 일하는 구간이 바로 옆 사람 공정과 겹치게 설계돼, 일하다가 서로 부딪히고 엇갈리고 … 그렇게 일하다 보면 작업이 늦어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쫓아가면서 일해야만 하죠.”

“개선 공사 이후 공정이 협소해져서 작업이 두 칸이나 밀렸어요. 자재 이동 차량이 오가는 통로까지 자재와 부품을 놓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작업할 때마다 더 멀리까지 가서 자재를 가져와야 하는 거예요. 우리를 인간 로봇 취급하는 거죠.”

“코나는 지금 생산하는 엑센트보다 자재가 길고 커서 놓을 곳도 없어요. 자재를 겹쳐 놓고 더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데, 이걸 감당하라는 건 너무 부당합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최근 인력 감축안까지 내놨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더 폭발한 이유다.

“공정이 협소해 힘들어 죽겠는데, 인원까지 뺀다고요? 우리더러 죽으라는 얘기입니다!”

사측은 대책이랍시고 2라인에서 꽤 떨어진 곳에 4미터 정도 떠 있는 “신데크 공정”을 만들고, 일부를 이 자리로 보내려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인데, 안전도 보장되지 않고 기존 라인에서 거리도 멀어 노동자들이 이동을 꺼리고 있다.

“우리는 회사가 라인 하나를 더 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황당하게 2층 높이로 붕 떠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저는 10년 이상 동료들과 일했는데, 저 멀리로 떨어진 자리로 가라고 해요. 그곳을 가보면 알겠지만, 동료들과 격리된 닭장 같아요. 높이 떠 있어서 안전하지도 않아 보여요.”

기계 장비가 자재를 공중으로 집어 올리는 곳 바로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 자칫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래 쪽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잘못하면 목숨도 위태로울 판”이라며 분개했다.

1공장 투쟁은 모두의 투쟁

노동자들의 불만은 완전히 정당하다. 사측은 생산과 이윤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돼서 노동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기층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와, 이를 투쟁으로 모아 나가야 한다고 본 1공장 의장부 대의원회의 올바른 제안으로 시작됐다.

1공장 사업부위원회 박성락 대표는 24일 사측이 ‘코나’를 강제 투입했을 때, 2라인에서만 작업을 거부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가 밤에는 사실상 작업 재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의장부 대의원회는 1~2라인 모두가 파업을 해야 한다며 사업부위원회 집행부에 파업 지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번 투쟁은 결코 1공장 2라인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측의 도발은 지난 6월 1라인 신차 투쟁의 패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라인의 노동강도 강화가 2라인에서 조건 악화 공격으로 이어졌고, 1라인의 외주화 허용이 2공장 등에 외주화를 압박하는 데 이용됐다.

사측의 임금 동결안 제시로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중단되고 이에 따라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전 공장의 모든 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1공장에서 뒤통수를 쳤다. 이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도발이고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포고인 셈이다

현대차지부 하부영 지부장은 옳게도 “지부 집행부가 함께 하겠다”며 1공장 의장부 파업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도 사측은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켜 나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탄압을 예고하고 있다.

1공장 사업부위원회와 전투적 조합원들은 지난 신차 투쟁 패배의 교훈을 잘 적용해야 한다. 사측이 ‘코나’ 생산에 사활을 건 만큼, 우리도 투쟁과 연대 확대로 맞서야 한다.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코나’ 강제 투입에 맞서 계속 투쟁을 조직하고 확대하도록 압박하고, 전 공장으로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이번 투쟁은 임단협에서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는 사측과 노동조합의 힘 겨루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