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반대가 유대인 배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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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가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죄다 유대인 배척적이라고 비난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등 유대인이 핍박받은 역사를 내세워 자신의 팔레스타인 식민화 정책에 정당성을 구하려는 수작이다.
유대인 배척은 유럽과 러시아의 지배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돌리려 유대인을 속죄양 삼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더욱이 홀로코스트는 바로 그 제국주의자들 사이의 경쟁이 광기로 치달으면서 생긴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자들을 오히려 치켜세운다.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인 시온주의다. 시온주의는 ‘유대인들은 그 독특함 때문에 다른 민족과 어울려 살 수 없고 유대인 배척은 그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민족적 우월성과 일종의 절망적 세계관을 교묘하게 결합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식민 정책을 이용해 중동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정치 신조가 바로 시온주의다.
오랫동안 유대인 다수는 시온주의에 내재한 운명론적 자기 혐오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는 안 돼, 다 포기하고 중동으로 떠나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황당한 소리로 들렸다. 1917년 러시아 혁명, 1943년 바르샤바 게토 봉기 등에서 보듯 많은 유대인들은 유럽에 남아 유대인 배척에 맞서 싸웠다.
이스라엘이 시온주의 비판을 유대인 배척이라고 비트는 것은 수많은 유대인들의 저항 역사를 무시하고 유대인들이 모두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양 거짓 선전하는 것이다.
시온주의는 오랫동안 유대인의 자발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유럽 유대인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후 망명지를 선택할 때도 시온주의자들을 따르지 않고 미국으로 가고자 했다. 그래서 시온주의자들은 미국, 영국 정부가 유대인의 망명을 제한하도록 힘썼다. 그 덕분에 상대적 소수지만 상당히 많은 유럽 유대인들을 중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고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시온주의자들이 제국주의자들과 손잡고 팔레스타인인, 아랍인들과 숱한 전쟁을 일으킨 결과, ‘유대인은 타민족과 공존할 수 없다’는 시온주의의 주장은 점차 자기충족적 예언이 됐다. 유럽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힌 유대인들은 갇힌 신세가 됐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보호한다고 내세운 유대인들까지 희생시키면서 제국주의를 지원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홀로코스트와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비극 모두 그 원인은 제국주의에 있다. 노엄 촘스키, 노먼 핀켈슈타인, 토니 클리프 등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많은 유대인들이 시온주의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많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시온주의에 반대했다.
이스라엘 반대는 유대인 배척의 진정한 원흉인 제국주의자들이 다시금 유대인들을 제국주의 정책의 도구로 삼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기댄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이 공존(20세기 초까지 그랬다)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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