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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생리대 2차 전수조사 발표:
또 “안전하다” 억지부리는 뻔뻔한 식약처

12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생리대·팬티라이너와 기저귀에 대해 2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또 다시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식약처는 2차 전수조사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10종만 조사한 1차 전수조사보다 훨씬 많은 휘발성유기화합물 74종을 조사했다. 그럼에도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위해 평가는 믿을 수가 없다. 식약처의 조사 방식이 턱없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생리대에 포함된 화학 물질의 개별 성분 노출량을 조사한 후, 각각의 개별 성분이 인체에 노출됐다 가정하고 위해도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평가 방식은 여성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이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분해해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화학 물질을 골라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식약처는 화학 물질 개별 성분 위해도만 조사한 것이다. 생리대 사용시 화학 물질이 한꺼번에 여성 생식기에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인체 유해도는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위해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흡수율이 높은 여성 생식기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회용 생리대와 여성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역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역학 조사는커녕, 생리대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직접 조사한 적도 없다.

더구나 이번 조사에는 생리대 함유 가능성이 있고 가장 위험한 물질로 꼽히는 프탈레이트와 다이옥신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식약처는 5월로 예정된 3차 조사에도 당초 이 물질들을 포함시키지 않으려 하다가 엉성하고 빈약한 생리대 위해 평가로 여러 차례 질타를 받은 뒤에야 이를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프탈레이트는 생리대 속 생리혈을 흡수하는 고분자흡수체로 흔히 환경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 피부를 통한 흡수, 공기 중 흡입 등을 통해 불임 등 생식기능 저하와 호르몬 분비 불균형 등 우리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큰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화학 물질에 대한 조사도 없이 식약처는 “묻지마 안전해”만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말에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여성 생식기 계통 질환이 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따라서 여성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된 건강영향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실질적인 안전 대책도 시급히 필요하다. 2~4년 정도 걸리는 건강영향조사만 기다리며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독성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야겠는가?

정부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생리대를 전량 회수하고 대신 안전한 생리대를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또한 생리대 기업에 대한 안전 규제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정부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조처들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겠다던 문재인은 정작 여성들의 삶과 직결된 생리대 안전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문재인은 2018년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공언했지만,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삶과 안전은 뒷전이다.

따라서 진보·여성 운동 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늑장 대응과 무대책을 비판하며 실효성 있는 생리대 안전 대책을 당장 내놓으라고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