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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생리대 문제:
이윤 시스템에 결박된 윤석열의 무대책

정부가 4년간(2018~2021년) 진행한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1년째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결과 발표를 가로막고 있다. 조사 방법이 편향적이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말이다.

그러나 독성 생리대 문제를 덮는 데 급급했던 식약처가 ‘편향성’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2017년 독성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자, 식약처는 엉터리 자체 전수조사에 기초해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억지를 부렸다.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있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내 몸이 증거”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정의당과 여성단체들은 역학 조사를 실시하라고 청원 운동을 벌였다. 독성 생리대 반대 여론이 매우 컸기에 건강영향조사가 시행될 수 있었다.

무책임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맡았던 책임 연구자는 일회용 생리대가 “외음부 가려움과 통증 등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가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다가 결국 자체 검증단을 꾸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한겨레〉 5월 3일자). 책임 연구자는 이를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데이터를 돌리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내버려 둔 채, 퇴임했다. “여성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이라고 떠들더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생리대 유해성 입증과 안전 대책을 기대했던 여성들을 또다시 배신한 것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집권 내내 독성 생리대 문제를 외면하고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생리대 제조 기업의 자율규제와 실효성 없는 ‘전성분 표시제’ 등을 추진했을 뿐, 실질적인 안전 규제 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기업의 이윤 보호를 우선한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유해성 논란이 있는 생리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고가의 ‘유기농’ 제품 구매로 내몰렸다.

정의당과 여성단체들은 무책임한 문재인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가 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에게 필수품인 생리대의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정의당과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 ⓒ출처 여성환경연대

노골적으로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도 독성 생리대 문제 해결에 열의가 없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독성 생리대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생리대 유해성을 폭로한 여성단체와 특정 생리대 제조 업체와의 유착 문제에만 골몰했다.

윤석열은 지금껏 생리대 문제를 언급한 바 없다. 윤석열의 친기업·규제 완화 노선을 보건대, 만만치 않은 투쟁이 있지 않는 한, 생리대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필수품이다. 따라서 생리대 안전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건강영향조사 결과는 공개돼야 하고,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이윤 제일주의

일회용 생리대는 생리혈 흡수를 위해 고분자 흡수체를 사용하고,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형광증 표백제를 다량 사용한다. 모두 유해한 화학물질로, 이런 것들은 접착제와 향료 등에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이런 제조 방식은 1970년대에 접착식 일회용 생리대가 개발된 이래 거의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고 유해한 화학물질을 계속 사용해 왔다.

안전한 생리대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무화학 흡수제로 교체하고, 친환경·유기농 재료로 전부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 그러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기업주들은 안전한 생리대를 만드는 데 열의가 없다.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자, ‘친환경’, ‘유기농’ 고가 제품이 늘어났지만, 이조차 안전하지 않다.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만 유기농 재료를 쓰고, 나머지 화학물질은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안전과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경쟁 논리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 화학물질을 생리대에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이 생리대 안전 문제에 열의가 없는 것도, 바로 기업 이윤 보호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의 이윤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에 부담되는 안전 규제를 회피하려 한다. 오늘날까지도 생리대에 사용된 화학물질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규제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이유다. 생리대 허가 방식도 한국처럼 대체로 허술하고 빈약하다.

심지어 생리대 유해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전례조차 없다. 황당하게도 한국의 건강영향조사가 세계 최초의 생리대 역학 조사다.

자본주의는 이윤 우선주의 때문에 여성의 안전을 희생시키고 독성 생리대를 양산한다. 참으로 끔찍한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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