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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자들과 정의당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가 쟁점화해서 해결되기까지 과정은 정의당의 모순된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출처 정의당

파리바게뜨 노사가 1월 11일 합의에 이르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불법 파견된 노동자 5300여 명을 자회사로 고용하는 것이 합의안의 뼈대다. 그리고 3년 내에 본사 직고용된 직원들과 동일한 노동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종 합의안이 적용되면 노동자들의 조건은 이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은 애초 노동자들이 요구한 본사 직접 고용은 아니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려고 만든 자회사의 노동자들 처우가 열악해,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애초 본사 직고용을 요구했다.

그래서 이 결과를 두고, 유리컵에 물이 반쯤 있을 때 “물이 절반이나 차 있네”, “아니야, 물이 절반밖에 안 차 있잖아” 하는 식으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물론 행동에 나선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협상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평가 잣대일 것이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을 비교적 잘 아는 정의당은 “아쉽지만” “환영한다”는 기조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을 공식 정치권에서 최초 폭로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밝혔다.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합의는 아니지만 본사의 책임 하에 고용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고용 차별도 해소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 글은 이 문제를 다루는 정의당의 방식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파리바게뜨 문제는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왔나?

정의당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를 중요한 정치 쟁점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정미 의원의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폭로는 정권 교체 분위기와 맞물려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청년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이 주요 정치 문제가 됐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가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는지를 살펴보면 시사점이 있다.

파리바게뜨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분은 임종린 파리바게뜨 노조 지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일방으로 떼인 교육수당 관련 노무 상담을 받으러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창구)를 찾아갔다.

당시 정의당은 “국민의 노동조합” 설립을 지지할 것임을 표방했다. 대선 때 심상정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핵심 선거 슬로건으로 걸었다. 그러자 지하철 9호선, 농협물류, 현대라이프생명 노동자들이 정의당을 지지해 정의당 후원을 결정했다.(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은 얼마 전에 파업도 했다.)

임종린 지회장은 노동현장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자 정의당의 문을 두드린 노동자들 중 한 명이었다.

무엇보다, 임종린 지회장이 집권 일보 직전의 민주당(을지로위원회)이 아니라 정의당(비상구)을 찾았다는 점이 매우 시사적이다. 대선에서 정의당을 지지한 200만 명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파리바게뜨 문제가 공론화되는 과정만 봐도 정의당은 노동자 정당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의당의 중재

더 일반적으로 말해, 정의당의 주된 사회적 기반(투표자나 재정 등)이나 그 당이 주되게 이해관계를 대변하고자 하는 사회 계급을 보면, 그 당은 노동자 정당이다.(‘정의당, 정당후원금 7억 원 모금 ― 대중이 점점 진보적이 되다’, 235호를 보시오.)

그런데 정의당은 자본주의 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자 애쓴다. 이는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에서도 확인된다.

정의당과 이정미 의원은 사람들이 깜빡 속을 수도 있는 파리바게뜨 사측의 엄살과 거짓말 ― ‘제빵사 직접 고용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둥 ― 을 시원하게 폭로했다. 그러면서 직고용이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를 주요하게 제시했다. 자본가가 져야 할 비용 부담이 없다고 안심시키고자 한 것이다.

자회사 고용 방식으로 협상이 최종 타결된 데에는 정의당의 중재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교섭이 교착상태에 이른 어제 저녁[1월 10일] 제가 급히 ㈜파리크라상 권인태 대표이사를 만나 성실 교섭을 요구한 것도 타결에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위에서 언급한 페이스북에서)

한편, 이정미 대표는 이런 협상을 이끌어 내는 데 협력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한국노총, 가맹점주협회, 시민사회연대회의, 민주당’에 감사 인사를 했다(위에서 언급한 페이스북에서).

〈조선일보〉 등 우익 언론들은 이를 두고 “정치판”이라고 흥분했다. 시장주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며 강짜를 부리는 우익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데 주류 정당(과 의회) 등의 중재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은 과연 노동계급의 이익을 일관되게 옹호할 수 있을까?

이정미 대표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현장 교섭에만 몰두”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리고 “사회연대를 노동운동이 주도할 때, 복지국가를 만드는 진짜 강한 노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2017년 9월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즉각적인 요구가 아니라 복지국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즉, 대기업 노동조합은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함께 제도 개선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주장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에도 해당하는 함의가 있다.)

물론 복지국가는 필요하고, 그래서 복지국가를 위한 투쟁을 사회주의자는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윤을 타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노동자들이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강제할 잠재력도 커질 것이다.

서구의 경험에서도 보듯, 개혁주의 전략은 현실에서는 노동계급에게서 개혁을 회수하려는 지배계급(자본가들과 국가관료들)의 시도를 일관되게 막지 못할 뿐 아니라, (그리스 시리자의 사례처럼) 집권하면 그 자신이 같은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따라서 좌파는 대중 스스로 행동을 통해 투쟁 의지를 발전시키도록 고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노동계급 자력해방을 향한 장기적 과정의 일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이것이 즉각적인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서도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좌파는 개혁주의를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함께(즉,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참을성 있게 이 긴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