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서지현이 8년 전 검찰 내부에서 겪었던 성추행과 그로 인한 인사 불이익을 폭로하면서 사회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서지현은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으며 발작, 유산, 자살 충동으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가해자와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그동안 권력을 등에 업고 출세가도를 달렸다.

현직 검사에게도 이럴진대, 평범한 성희롱·성폭력 피해 여성들한테는 오죽했을까! 그들은 보수적인 검찰과 사법부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한다. 분통이 터지고 깊은 개탄이 절로 나온다. 검찰이 많은 성폭력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자 여성을 의심하며 무고죄 수사를 남발해 온 것이 우연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자 잘못이 아니다”라는 서지현의 주장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개 ‘내가 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자책과 원망의 되새김질로 자존감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다.

뻔뻔한 모르쇠

최근 서구에서 확산되는 ‘미투 운동’이 권력자들의 추악한 성차별·성폭력을 까발렸듯이 한국의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에도 뿌리 깊은 여성차별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져 있다. 서지현 검사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현장에는 당시 법무부 장관 이귀남과 여러 검사들이 동석했으나, 공공연한 성추행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법무부 국장이었던 안태근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고, 이 사건을 은폐한 핵심 인물은 당시 법무부 검찰 국장인 최교일로 알려졌다.

안태근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있고나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고, 최교일도 “[서지현 검사와는] 알지도 못 하는 사이”라고 잡아뗐다. 그러나 당시 성추행 사건 감찰 담당 검사였던 임은정은 최교일이 “(이 사건은)추행이 아니라 격려”이니, “들쑤시지 말라”며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태근은 ‘우병우 사단’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과 법무부의 주요 요직을 거친 검찰 실세였고,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팀에 돈 봉투를 뿌린 자이다. 이런 자가 얼마 전 교회에서 “공직 생활 30년 동안 깨끗하게 살았”고 “하나님 회개”를 받았다고 간증한 것이 폭로돼 대중적 지탄을 받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인 최교일은 이명박 정권에서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매입 축소 수사, 광우병 위험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탄압, 이명박 아들 이시형 마약 사건 연루 무마 개입 등 이명박 방탄 검사로 악명 높다.

검찰의 진정한 구실

안태근과 최교일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셈인가 보다. 이들의 악행과 가증스러운 뻔뻔함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가 솟구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성범죄는 특정 세력만의 ‘적폐’가 아니다. 서지현은 검찰 내부에서 일상적으로 겪었던 성추행과 다른 여검사가 겪은 강간 은폐 사건도 제기했다.

검찰 내부에서 피해 여성들을 “예민”한 “꽃뱀” 취급했다는 증언에서 ‘정의와 공정’을 표방하는 검찰의 추악한 민낯을 볼 수 있다.

사실 검찰의 추악한 성범죄 스캔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에 검찰이 일상적으로 뇌물과 향응, 성접대까지 받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검찰은 오래 전부터 “떡검”, “섹검”으로 불리며 부정부패의 대명사였다.

검찰이 부패하고, 보수적이며, 여성 차별적인 이유는 자본주의에서 검찰이 하는 구실에서 비롯한다.

자본주의에서 지배계급이 인구의 다수인 노동계급을 착취하고 통제하려면 강제력이 필요하다. 검찰은 선출되지 않는 권력의 핵심 중 하나로서 자본주의 질서와 지배자들의 재산과 권력을 지킨다. 그들은 자본주의적 가족 제도를 수호하려고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억압기구이다.

검찰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은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위선적인 이중잣대일 뿐이다. 검찰은 자본주의가 양산하는 여성 차별과 성범죄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따라서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검찰 내 성폭력과 성차별 관행을 규탄하면서도 검찰 쇄신을 기대하기보다 차별에 맞서 독립적으로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