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받고도 구속 안 된 전직 성추행 검사:
미투 퇴색시키는 권력자 봐주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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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자 검사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가 1심에서 실형(징역 10개월)을 받고도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을 면했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검사 출신이라 봐줬다’며 분개하고 있다. 과연 ‘돈 없고 빽 없는’ 일반인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는 없다”고 말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가해자는 법조계 집안의 인맥과 재력, 권세를 동원해 증거를 인멸하고 피해자에게 온갖 압박을 가해 합의를 종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가 2심을 앞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런 짓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셈이다.
가해자는 사건이 벌어진 2015년 피해자와 같은 청에서 근무한 선배 검사로서 피해자의 인사와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대검찰청 감찰을 받았지만 별다른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퇴직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안통 고검장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감찰이 중단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해자는 검사 퇴직 뒤 대기업 임원으로 취업했다.
이대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8년 초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 고발 덕분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당시 만들어진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가해자를 기소했다. 하지만 이때도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돼, ‘전직 검사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급기야 이번에 1심 재판부는 가해자의 유죄를 인정하고도 구속시키지 않아, 어렵사리 터져 나온 ‘검찰 내 미투’의 의의를 퇴색시켰다.
뻔뻔하게도 가해자는 피해자가 적극 거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선배 검사의 성추행을 적극 거부하지 못한 피해자의 처지를 악용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안희정이 떠오른다.
이번 사건과 서지현 검사의 고발은 한국 최고의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의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성차별과 성범죄가 만연하지만 권력을 이용해 이를 은폐해 온 본색이 드러났다. 사실 검찰은 “섹검”, “떡검”으로 불린 지 오래다. 검찰 진상조사단이 재조사 중인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검사장 출신)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는 검찰이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억압기구의 일부인 데서 비롯한다. 이들의 핵심 존재 이유는 노동계급을 착취·통제하고, 지배자들의 권력과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가족제도를 수호하고, 이를 위해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성 차별을 근절하려면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구에 기대지 말고 아래로부터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미투 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가해자 봐주기’ 1심 판결을 규탄한다. 검찰 내의 억압적인 환경에서도 목소리를 낸 피해자의 용기 있는 싸움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