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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촉발한 서지현 검사 1심 승리:
성차별과 사법 적폐에 맞선 저항 덕분

1월 24일 기자회견 하는 서지현 검사 "이 판결이 지금도 많은 고통을 받는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SBS뉴스 영상 갈무리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 사실을 덮기 위해 인사 보복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전 법무부 검찰국장 안태근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미투를 촉발한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 1년 만의 일이다. 안태근 구속은 오늘 새벽 사법농단 주범 양승태 구속과 더불어 환영할 일이다.

안태근은 ‘우병우 사단’의 일원으로 박근혜 정권 때 승승장구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팀에 돈봉투나 돌리던 자로, 그 자체로 사법 적폐의 일부였다. 안태근은 그 권세를 성추행 피해자 보복에도 이용했던 것이다.

그간 안태근은 성추행과 인사 보복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비열하게도 서 검사의 실적이나 세평이 나빴다는 다른 검사들의 음해성 진술들을 제출해, 피해자의 평판을 훼손하려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안태근의 성추행 혐의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또한 권한을 남용한 “가혹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음해와 험담

이번 판결을 통해 안태근의 추악한 실체가 자세히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안태근의 성추행을 다수의 검사가 목격했다. 게다가 당시 법무부 감찰관실이 이 사건을 인지해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태근은 주의를 받기까지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태근은 성추행 사실이 검찰 내부에서 점차 회자돼 불안감을 느꼈고 이 문제가 향후 자신의 승진과 고위직 진출에 장애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2015년 법무부 검찰국장이 되자 인사권을 이용해 서지현 검사를 육아와 병행하기 힘든 곳으로 보내 사직을 유도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재판부는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안태근의 전임자)이던 현 자유한국당 의원 최교일이 진상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취지의 판단도 내놓았다. 최교일이 모르쇠로 일관한 게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최교일도 우파 정권 하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이명박 방탄 검사’로 악명 높았다.

사법 적폐

서지현 검사는 이번 재판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에서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했[고] ... 조직적으로 저를 음해하는 것을 1년 동안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검찰 내부의 상황이 이렇게 불리했는데도 가해자 안태근의 실형·구속 판결이 나온 것은 몇 가지 요소 덕분인 듯하다.

여성 차별에 대한 커다란 반감과 그것을 표현한 대중운동이 지난해 내내 지속된 것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최근 체육계 미투가 새롭게 일어나 권력형 성폭력을 엄벌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의식했을 듯하다.

또한 양승태 구속에 영향을 미친 계급 세력관계가 안태근 구속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운동과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지속된 노동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의 저항 덕분에 초유의 전 대법원장 구속이 가능했다. 공교롭게도 서지현 검사의 대리인인 서기호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이 부당하게 쫓아낸 사법농단의 피해자 중 하나였다.

사실 박근혜 정부 때 잘 나가던 안태근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2017년 면직 징계를 받은 것도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운동 덕분이었다. 이는 서지현 검사가 용기 있게 피해를 폭로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안태근 구속과 실형은 기쁘지만 당연한 결과다. 안태근이 뻔뻔하게 항소를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에 용기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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