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디 노동자들, 단호하게 싸워 값진 승리를 거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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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를 제조하는 ‘탠디’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해 값진 승리를 거뒀다. 뻔뻔하게 8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자들을 멸시하던 사용자 측에게서 임금 인상(구두 한 켤레당 1300원 인상, 특수공임 지급)과 노동조합원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따낸 것이다.
5월 11일 열린 ‘제화 노동자 결의대회’는 탠디 노동자 투쟁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였다. 점거 투쟁을 이끈 서울일반노조 정기만 제화지부장은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우리는 이제 씨앗을 뿌렸을 뿐입니다!”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노조를 만들고 투쟁을 하니까 임금이 올랐어요! 오른 만큼 삶도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제화업체들이 밀집한] 성수동의 임금도 다 올려야 합니다.”
“전에는 혼자 일하고 혼자 부당 대우를 감당해야 했는데, 이제는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인지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싸울 때 그랬듯이 다른 동지들이 싸울 때 반드시 함께할 것입니다.”
사측의 허를 찌른 단호한 투쟁
한 달 넘는 전면 파업, 16일간의 본사 점거 투쟁이 이번 승리를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4월 초 노조를 결성하자마자 이내 파업에 돌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체 없이 점거에 돌입했다. 신속하고 단호한 투쟁으로 허를 찌른 것이 사측이 물러서게 만드는 데 주효했을 것이다.
이번 승리는 불경기에도 위축되지 않고 단결해 싸우면 사측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음도 보여 줬다. 현행법상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지만, 이 노동자들은 결코 스스로 뭉칠 수 없거나 싸우지 못하는 게 아니다. 탠디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단호하게 싸워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사회적 관심과 지지도 확대됐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지면서 언론과 SNS 등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비슷한 처지의 제화 노동자들이 탠디 투쟁을 주목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탠디 투쟁은 사실상 제화 부문의 첫 투쟁이라고 한다.
탠디 노동자들은 투쟁 과정에서 성수동을 돌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그리고 이번 투쟁 승리는 분명 조직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월 11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바로 그 자리에도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한 탠디 노동자는 말했다. “우리 싸움은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선전 포고를 한 것입니다. 저 노동자들을 보세요. 이렇게 많이 오지 않았습니까?”
확대되는 조직과 투쟁
“우리는 이렇게 호소합니다! 첫차 타고 출근해 막차 타고 퇴근하는 그런 것은 이제 하지 맙시다. 동료와 나의 삶을 깎아먹는 짓입니다. 우리가 경쟁하지 않고 서로 뭉쳐 모두가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한 시간 빨리 퇴근한다면 사측은 우리를 이전처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집회에 참가한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은 탠디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처지를 세상에 알려 준 탠디 노동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제 우리도 참지 않겠습니다.”
현장에서 4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한 노동자는 노조 가입원서 수십 장을 챙겨서 품에 넣었다. “동료들에게 가입을 권하려고요. 탠디 노동자들처럼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3년 서울시 조사를 보면, 성수동에는 300여개 업체에 제화 노동자 2500여 명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특수고용직이고 열악한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구두 한 켤레당 공임 단가가 5500원밖에 되지 않거나, 할인행사 때마다 그조차 몇 백 원씩 더 깎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1년을 3일 남기고 해고를 하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번 투쟁 승리 직후,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의 투쟁 논의가 시작됐다. 탠디 노동자들이 본사 인근 낙성대 공원에서 처음 모여서 시작한 투쟁이 이제 뚝섬역으로 옮겨 붙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투쟁이 다시금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제화 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