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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에는 민둥산이 엄청 많을까?
북한 국가자본주의와 산림 황폐화

5월 24일 녹색연합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조사한 북한 산림 황폐화 실태를 언론에 공개했다.

녹색연합이 밝힌 북한 산림 황폐화의 실태는 심각했다. 파주 임진강 맞은편 북한 지역(개성특급시)은 나무도 숲도 없다. 개성 일대의 수계가 모여 흐르는 사천강 주변의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다. 산자락 아래 마을 주변에는 다락밭(계단밭)이 조성돼 있다.

녹색연합은 비무장지대에서 확인한 북한 산지는 헐벗어 있고, 산림 황폐화로 인한 산사태도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북한 산림 황폐화처럼 자본주의가 인간과 자연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출처 녹색연합

산림이 황폐화돼 북한에 민둥산이 많은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오늘날 북한은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산림 훼손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990~2016년에 북한 산림의 약 40퍼센트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해마다 평양 면적과 비슷한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 등은 북한 산림이 훼손돼 수많은 식물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동물도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거대한 환경 재앙이다.

산림 황폐화는 재난 피해로 이어져, 북한 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산림이 사라져서 홍수, 가뭄, 산사태 등의 피해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6년 8~9월에 발생한 대홍수로 북한에서 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십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이런 북한 산림 황폐화는 사회주의의 실패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북한 국가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에서 비롯한다.

축적

한국전쟁 휴전 이후 북한 지배 관료들은 소련이 1928년 이래 걸어온 길을 따라 급속한 공업화 노선을 취했다. 남한 등과의 군사적 경쟁 압력 때문에 북한 관료들은 중공업 기반 마련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다. 그래서 중공업 투자 확대(즉, 축적)에 가능한 많은 물자를 쏟아붓고, 노동자들에게 끊임없는 희생과 동원을 요구했다. 김일성은 공업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농업과 인민의 소비를 희생시켰다.

북한의 중공업 우선 노선은 초기에는 성공을 거뒀다. 1950~1960년대 북한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공업화된 나라라고 평가받았다.

옛 소련, 북한 등 동구권에서 벌어진 “축적을 위한 축적, 생산을 위한 생산”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핵심 동역학이다. 따라서 옛 소련, 북한을 비롯한 동구권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는 성장 둔화와 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60년대 말 북한에서 경제 침체의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 도움 없이 국내 가용자원만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처지였다. 비슷한 때에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한 소련보다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 같다.

경제 침체로 경제 분야별 불균형과 낭비가 더 심해졌다. 북한은 중공업에 투자를 집중하느라 농업기반시설에는 충분히 투자할 수 없었다. 결국 식량 생산 증대가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중공업에 투자할 자원을 농업으로 돌리지 않았다. 반대로, 1970년대 들어 식량 증산을 위한 대규모 산지 개발을 추진했다. 이때 다락밭, 비탈밭이 많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산림이 사라진 만큼 경지가 생겼다.

북한 민둥산은 홍수 같은 자연재해 피해를 더 악화시켰다 ⓒ출처 국제적십자사

그러나 1970년대에 시작된 산림 축소는 1990년대에 재앙으로 치달았다.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가뜩이나 침체하던 북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석유·전력 수급이 붕괴하자 투자 우선순위가 낮은 농자재(비료, 농약) 생산부터 급감했다. 그러자 북한은 무분별한 산지 개간 같은 ‘자연 약탈적’ 농업에 더욱더 의존하게 됐다. 연료가 부족해 민가 뒷산의 쓸 만한 나무는 모두 땔감용으로 사라졌다. 외화벌이를 위한 벌목도 크게 늘어 산림 황폐화가 더 가속화했다.

북한이 이윤이 아니라 인민의 필요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였다면 이런 생태 파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 민둥산은 세계 자본주의가 낳는 보편적인 환경 재앙이 북한에서 특수한 형태로 구현된 문제다.


북한의 다른 환경 문제

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선순환적 상호작용 과정 자체를 파괴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본가들은 이윤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산을 혁신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사회적·환경적 위험도 생산한다.

20세기에 자본주의 생산과 축적의 규모가 커지면서 환경 파괴도 심각해졌다. 오늘날 기후변화의 현실은 자본주의가 낳는 재앙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준다.

옛 소련 같은 동구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국가들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그 유기적 일부였다. 예컨대 1988년 소련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황 배출량은 미국의 2.5배였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 히로시마 원폭 때보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을 대기에 쏟아내기도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산림 훼손 외에, 대표적으로 공해 문제가 있다. 1986년 북한 부주석 리종옥이 북한은 “공해 없는 나라”라고 선전했지만, 유엔환경계획은 2008년 현재 평양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가 서울보다 더 높다고 보고했다. 올해 3월 북한 당국은 평양의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는 북한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분석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남한에서 일어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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