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 코빈, 우파의 가당찮은 비난에 타협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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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동당 우파는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과 그의 지지자들에 맞서 드러내 놓고 전투를 벌일 때마다 번번이 패배했고 많은 경우 굴욕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바로 켄 리빙스턴이 노동당을 떠나도록 압박해서 이긴 것이다.
리빙스턴은 노동당 좌파 중 관록 있는 인물로 한 세대 동안 런던 정치를 주름잡으며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980년대에 그는 런던광역시의회를 이끌며 [보수당 총리] 마거릿 대처에 맞섰고, 그 때문에 대처는 런던광역시의회 자체를 해산했다.
2000년에는 [런던광역시 신설에 따라] 새로 생긴 런던 시장직에 출마해서 당선했다. [당시 집권 노동당 대표이자 당내 대표적 우파인] 토니 블레어가 그의 출마에 반대했는데도 거둔 승리였다. 리빙스턴은 이후 당 지도부와 화해하지만, 런던 시장이라는 지위를 활용해서 좌파가 인종차별과 전쟁에 반대하는 것을 지원했다. [노동당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한창 열을 올리던 때 말이다.
그러나 이제 리빙스턴은 ‘노동당 좌파는 유대인 차별적’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비방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코빈은 리빙스턴의 발언을 이유로 징계 조처를 내렸는데, 이는 분명 부적절한 표현이었고 아마도 리빙스턴은 도발적으로 말하려다 실수한 듯하다. 우리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이유는, 시온주의자들이 1930년대에 독일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촉진하려고 나치 단체들과 협력했다는 점(엄연한 사실이다)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기 때문이다. [리빙스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히틀러가 1932년 선거에서 이겼을 때 그의 정책은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시온주의를 지지했고, 이후 미쳐 날뛰면서 유대인 600만 명을 살해했다.” 그러자 일부가 이것이 곧 유대인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리빙스턴이 유대인 차별주의자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리빙스턴은, 지금 그를 공격하는 자들보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 훨씬 더 잘 싸워 왔다. 노동당 지도권을 다름 아닌 코빈이 잡고 있는 때에 그가 노동당에서 쫓겨난 것(이번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듯하다)은 엄청난 아이러니다. 코빈과 리빙스턴은 둘 다 노동당 좌파로서 대처와 블레어에 맞서 함께 싸운 오랜 동지다.
코빈은 리빙스턴의 탈당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많은 코빈 지지자들은, 리빙스턴이 정말로 유대인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탈당이 전술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며 코빈에 동의할지 모른다. 코빈은 유대인 단체들의 압력을 받아 왔고 예비 법무장관 샤미 차크라바티(마찬가지로 리빙스턴의 오랜 동지다)도 리빙스턴을 제명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내가 전에도 썼듯이 “영리한 행보”가 실제로는 영리하지 못할 수 있다. 노동당 우파와, 그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친보수당 언론은 “좌파는 유대인 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코빈을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안성맞춤의 무기임을 발견했다.
그동안 코빈은 좀처럼 공격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코빈과 [그의 예비 재무장관] 존 맥도넬이 구상한 경제 개혁 패키지가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코빈은 겸손하다 못해 수도승 같은 인품과 생활 방식으로 기성 정치에 저항하는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에 꼭 맞는 인물이 됐다.
그런데 지금 우파는 코빈이 입고 있는 갑옷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그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이 약점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게 코빈과 같은 인물의 부상은 정치적으로 재앙에 가깝다. 그들이 코빈을 노리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코빈이 유대인 차별주의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비방은 더 광범한 보수적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그런 비방은 사실무근이다. 코빈은 영국 내 진정한 유대인 차별주의 세력인 파시스트 우익에 맞서 일관되게 싸워 왔다. 노동당 우파와 보수당의 비방은 그가 원칙 있게 인종차별에 반대해 왔다는 사실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방 선동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5월 초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런던 북부의 바넷 선거구를 잃었다. 이제 우파는 리빙스턴까지 내쫓았다.
우파가 여기에 만족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우파는 압력을 더 키울 것이고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코빈 지도부는 우파를 달래 보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여기에 타협할 공산이 크다.
이런 대응 전략의 문제점은 우파의 기를 살려 줘 그들이 결국 코빈 자신을 겨냥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수당이 여론조사에서 노동당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어 노동당이 취약한 와중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년 전에 코빈은 자신의 원칙을 수줍게 숨기는 것이 아니라 당차게 주장하면서 노동당의 전진을 이끌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해야 한다. 코빈은 자신이 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잔인한 정책을 비판하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을 향해서, 이스라엘의 잔인한 정책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냐고 되레 따져 물으며 공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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