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노동부가 서울대병원에 시정을 지시했다. 올해 초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의 후속 조처다.
노동부는 ‘한도를 초과하는 연장근로 문제의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 ‘업무 과중의 이유로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부서에 대해 휴게시간 보장방안 강구’, ‘점오프(갑작스럽게 고지하는 휴일)를 주는 등 실질적인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병원 측이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 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후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간호사들의 항의가 노동조합 가입, 집회 등으로 이어지자 더이상 못 본 체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 중에는 그동안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면서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떼먹고, 연장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문제도 포함됐다. 서울대병원은 간호사 첫 월급을 고작 31만 원만 지급했다.
노동부는 이를 포함해 교대근무자 1500명에게 미지급된 9억 원 등 체불임금 10억 원을 소급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통쾌한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떼인 임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병원 측은 이를 즉각 이행하기는커녕 어떻게든 체불임금을 떼먹으려고 애쓰고 있다. 심지어 개개인을 접촉해 연장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자술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병원에서 무급 연장 노동이 밥 먹듯이 벌어지는 까닭은 만성적이고 심각한 인력 부족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환자들과 동료들의 처지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 무급 노동을 감내해 왔다. 병원 측은 이를 악용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인력부족은 결국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떨어뜨리고(이직),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때문에 사고 위험을 높인다. 이는 간호사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준다. 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올해 초 숨진 고 박선욱 간호사는 이 끔찍한 상황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인력 부족 문제는 즉각 해결돼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대표 공공의료기관이다. 이런 곳에서 경영진이 이따위 꼼수를 쓰는 마당에 어떻게 다른 병원에서 인력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이 와중에 규제 완화, 자회사 설립 허용 등 의료 영리화 정책을 발표하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서울대병원은 즉각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