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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예산 삭감:
노동자와 환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대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대처에 고군분투하고 있던 3월 말,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21년 예산 편성 지침을 의결했다.

추경 예산이 대부분 기업 지원에 맞춰졌듯이 내년도 예산 편성 지침에서도 우선순위는 “경제 역동성 회복”과 “혁신 성장”에 맞춰졌다. ‘4대 투자중점’에서 일자리와 복지는 3순위로 밀렸고 감염병 대응은 산재 대책과 함께 네 번째에 놓였다.

투자가 기업 지원에 맞춰진 반면 공공기관들에는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재량 지출 10퍼센트 의무 감축, 관행적 보조금·출연금 전면 정비, 집행실적·성과 부진 사업의 과감한 예산 감축 등 추진.” 기업 지원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니 공공기관의 예산을 줄이라는 것인데 이 공공기관에는 공공병원이나 전력 등 필수 공공서비스 기관도 포함된다.

방역 물품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던 서울대병원 예산을 더 줄이려는 정부 3월 6일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이미진

이런 지침에 발맞춰 대표적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도 예산 절감 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환자수가 줄었다며 올해 예산을 900억 원 가까이 줄이겠다고 나섰다.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 등을 대폭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노동시간이 줄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 때문에 연장근로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된 지 일 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2018년 초 특별근로감독 결과 서울대병원은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차수당을 줄인다고 그만큼 휴가가 보장되는 것 같지도 않다. 코레일 사측이 쓴 꼼수처럼 연차를 이월시키는 방식으로 돈만 떼먹으려 할 수 있다.

재료비 절감은 당장 노동조건 악화와 환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저질 재료와 적은 여유분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심지어 전기수도료, 건물유지보수비, 교육훈련비 등도 많게는 40퍼센트 이상 줄인다는데 이는 가뜩이나 노후한 병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 후퇴와 임금 감소

서울대병원 측은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고정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재료비도 줄이겠다고 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병원 노동자들과 환자들이 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착한 적자’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예산 절감을 밀어붙이고 공공병원 사측은 이에 발맞춰 공공서비스와 임금을 줄이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는 실속이 크게 떨어진다. 이 위기 속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지원이나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비롯한 인력 충원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하며 실질적 대처를 추진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원격의료,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 의료기기 규제 완화 등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최근 수술재료 포장 업무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들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과 환자들을 희생시키려 한다.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과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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