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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중국, EU의 무역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3대 경제 블록인 미국·유럽연합·중국 사이에서 전개되던 무역전쟁이 지난주 들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보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와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에서 회담을 가졌는데, 이들은 실무그룹을 구성해 유럽연합의 대미 무역흑자를 어떻게 줄일지 의논하는 동안 추가적인 수입관세 부과를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6월 초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수입관세나 유럽연합이 그 보복으로 미국산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는 여전히 철회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사업가로서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 집필에는 참여했을지 몰라도) 거래를 곧잘 깨버린다는 점에서 뉴욕에서 악명이 자자했다. 지난 5월 중국의 고위급 관료[부총리] 류허의 트럼프 접견 직후 백악관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트럼프는 며칠 지나지 않아 류허와의 합의를 깨트렸다.

미국과 유럽연합 간 합의의 최근 문제 중에는 양쪽이 무역분쟁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도 있다.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트럼프가 유럽산 수입 자동차에 관세 20퍼센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의 제조업 강국이자 수출 허브인 독일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터였다. 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부문은 미국과 유럽이 모두 강력한 보호조처를 취해 온 농업 부문이다. 유럽연합 측이 유전자조작식품(GMO)을 자기네 식품 시장에 들여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 특히나 분쟁거리다.

융커는 유럽연합이 미국산 대두를 더 많이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처지에서 이는 중요한 약속이다. 트럼프가 중국산 물품에 수입관세를 매긴 것에 대응해, 그동안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던 중국이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 대두를 수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업 종사자들이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캠페인을 이미 시작했다. 지난주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농업 종사자들을 위해 방금 유럽 시장을 개방시켰습니다. 그러니 트럼프에게 너무 분개하실 것 없습니다.” 그런데 평론가 볼프강 뮌차우가 이미 지적했듯이, 동전의 반대편을 보면 이 협상판이 깨질 여지는 남아 있다. “미국산 대두를 수입함으로써 GMO가 수입될 수 있음을 유럽연합 측이 깨닫는다면 말이다. 얼마 전 융커는 여기에도 합의한 셈일 수 있다.”

독일은 합의 결과를 반겼지만 프랑스의 경제부 장관 브루노 르메어는 이 거래에 물음표를 던졌다. 르메어는 이렇게 말했다. “(농업은) 협상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 … 우리는 위생·식품·환경 면에서 엄격한 기준을 부과하고 있다. ... 유럽이 이런 규범에서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실무그룹이 지적재산권 침해, 산업 보조금, 국영기업들의 활동에 관한 문제들을 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사실상 중국의 국가 주도 거대 경제를 대놓고 겨냥한 언사이다. 아마도 트럼프와 융커는 중국에 대항할 동맹 결성을 꾀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3대 거대 경제블록들은 단지 무역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서도 서로 얽혀 있다. (상당수가 국가 통제 하에 놓여 있는)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갈수록 열을 올려 왔다. 물론 좌파 일각에서 적잖이 주장하다시피 만일 중국 국가가 서방이 주도하는 “초국적 자본”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연합 모두 자기네 나라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들이 해외직접투자(FDI)를 매개로 중국 국가자본주의 측에 팔려 넘어가고 있어서 갈수록 심기가 불편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황을 한층 더 꼬이게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중국 시장이 너무나 중요한 나머지 주요 기업 간에 합병이 이뤄지려면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 측 규제 당국의 허가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지난주 미국의 반도체 기업 퀄컴은 네덜란드 기업 NXP를 약 440억 달러[50조 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고조시키자 중국 규제당국이 이에 응수해서 5월 하순경 합병 승인을 지연시킨 것이 그 이유였다. 퀄컴의 최고 경영자가 이 사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게 분명합니다.”

이런 일화를 보면 주요 자본주의 경제권이 얼마나 서로 뒤얽혀 있는지, 또 그럼에도 그들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충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역전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