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위기에 직면한 베이징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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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30년 만에 감소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죽을 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중국 현지 공장을 일부 폐쇄할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이 그 전년도에 견줘 4.1퍼센트 줄었는데,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포드의 지난해 판매는 전년 대비 37퍼센트 감소했고, 제너럴모터스도 10퍼센트 줄었다. 일본 소형차 제조업체인 스즈키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경기불황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빚은 결과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베이징현대차(현대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중국에서는 외국 자동차업체가 현지 자동차와 합작기업을 설립해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가 중국 현지 공장을 일부 폐쇄할 예정이다. 현재 베이징현대차는 북경, 창저우, 충칭, 쓰촨 등 6개 공장에서 181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베이징현대차가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79만 대로 연평균 가동률은 43퍼센트에 불과하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승용차 판매 순위에서 한때 4위였지만 현재 9위로 추락했다. 2017년 3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에 협조하면서 한국 자동차의 판매량이 급속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차에 이어 둥펑위에다기아차(둥펑차와 위에다그룹 그리고 기아차의 합작기업)도 옌청 1공장의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14만 대다. 둥펑위에다기아차는 이 공장 외에도 옌청에 2공장과 3공장을 운영 중인데, 모두 89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기아차도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판매량이 급속히 하락했다.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차의 생산 축소로 인해 현대모비스와 130여 개에 이르는 1차 부품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베이징현대차는 베이징 2공장과 3공장을 친환경 전기차 라인으로 개편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크레디트 제도* 때문에 현대차의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친환경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공장 라인과 생산량 배분을 해야 하고 노조의 동의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친환경차 생산으로 전환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 사례는 비야디가 잘 보여 준다.
비야디는 승용차 판매가 줄어들자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해 중국 전체 신에너지차 판매량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비야디그룹이 생산한 자동차 52만 대 중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24만 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8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억 4000만 위안(19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에너지차는 화석연료차에 견줘 비용이 많이 들어 정부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매년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고 있어 이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다. 게다가 중국발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국내로도 파급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위기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8년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 2조 250억 원을 달성했지만, 중국 내 현대·기아차 생산 규모를 연간 270만 대에서 44만 대로 줄일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기회의 땅이라 여겼던 중국이 이제 불황과 구조조정을 전파하는 위기의 땅이 되고 있다.